정부는 올해 예산 중에서 안전 관련 예산을 따로 분류해 파악한 결과 12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내년에는 14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안전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사회간접자본(SOC)의 예비타당성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졌음에도 SOC 예비타당성 기준이 10년 이상 유지돼 대상 사업이 너무 많아져 예비타당성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9일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안전예산 분류 및 투자방향',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예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으나 그동안 안전예산의 개념이 명확치 않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 현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출 분류에 따라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으로 분류해 왔지만 경찰 해경 법원 방재청 등 치안 및 안전담당 기관의 예산 합계로 구성돼 실질적인 안전예산의 전체 모습을 설명할 수 없었다.

정부는 안전예산을 각종 재난에 대응해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활동 지원 예산으로 정의하고, 협의의 안전예산(S1)과 광의의 안전예산(S2)으로 구분했다. 협의의 안전예산은 재난의 예방·대응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안전시스템 구축·운영 ▲재해시설 기능 강화 ▲교육·훈련이 여기 속한다. 광의의 안전예산은 연구개발(R&D)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 안전시스템의 기반을 강화하는 사업으로 ▲안전 R&D ▲안전시스템 지원·보완 ▲재해예방 SOC 관리 ▲예비비로 구성된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협의의 안전예산은 5조3000억원, 광의의 안전예산까지 포함하면 12조4000억원이다. 정부는 내년에는 안전예산을 14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다음달 중 예비비를 지원해 주요 안전취약시설물에 대한 정밀점검을 실시한 후 대대적인 보수·보강에 착수한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출자를 통해 3년간 5조원 규모의 안전투자펀드를 조성해 민간의 안전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재난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설 개량, 소프트웨어 및 새로운 유형의 재난대응 역량 강화 등에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선형불량 위험도로 개선 및 노후 철도시설 개량 등으로 SOC시설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기로 했다. R&D, 전문인력 육성 등 선도적인 공공투자 확대로 안전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SOC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을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국고지원 기준 500억원 이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는 경제(GDP) 규모가 2000년 635조원에서 지난해 1428조원으로 2.3배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기준이 그대로 유지돼 조사 대상 사업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건수는 2005년 83건에서 올해 126건으로 늘었다.

정부는 2005~2014년 기간에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사업 1267건을 분석한 결과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축소하면 188건(14.8%)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SOC 분야로 한정해 따지면 27.6%가 제외된다.

정부는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건축 분야와 예비타당성 조사 강화 필요성이 있는 정보화 분야 등 타 분야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예비타당성 조사가 경제성 위주로 운영되면서 낙후지역의 국도 등 소규모 SOC 사업이 추진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20~30%에서 25~30%로 하한선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경제성 가중치는 40~50%, 정책성 가중치는 25~3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