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립테루스 세네갈루스(Polypterus senegalus)

과학자들이 물고기를 물 밖에서 키우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물고기는 8개월 이상 생존했을 뿐 아니라 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사용해 앞으로 이동하기까지 했다.

에밀리 스탠든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팀은 폴립테루스 세네갈루스(Polypterus senegalus)라 불리는 물고기 새끼를 지상에서 키우며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 뒤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27일자에 소개했다.

연구팀이 다소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실험을 한 이유는 사지동물의 진화 초기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진화학자들은 물 속에서 생활하던 일부 어류가 약 4억년 전 물 밖으로 나와 다양한 사지동물로 진화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다리도 없는 어류가 땅 위에 올라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폴립테루스 세네갈루스를 각각 2개 그룹으로 나눠 물 속과 물 밖에서 6개월 이상 길렀다. 이 어류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담수어로, 아가미와 원시적인 형태의 허파를 동시에 갖고 있어 지상에서도 호흡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육지에서 기른 물고기가 가슴에 달린 지느러미로 땅을 짚고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개를 약간 위로 들고 지느러미로 몸을 지탱한 채 뱀처럼 좌우로 흔들면서 전진했다.

골격구조도 물 속에서 생활한 물고기와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연구팀이 두 그룹 물고기들을 해부해 본 결과 지상에서 생활한 물고기의 가슴쪽 뼈가 더 가늘고 기다란 형태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는 10%가량 더 길었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육지로 올라온 고대 어류의 초기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생대 어류인 무악어류는 조기어류와 육기어류로 진화했는데, 빗살형 지느러미를 보유한 조기어류와 달리 육기어류는 두꺼운 지느러미를 지녔다. 이 육기어류가 물 밖으로 나온 뒤 양서류, 파충류 등으로 진화한 것이다. 지느러미는 다리와 발가락 등으로 변했다.

스탠든 교수는 “고대 물고기들 역시 폴립테루스 세네갈루스와 같은 방식으로 헤엄치는데 사용하던 지느러미를 점차 팔다리로 변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