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이자에도 만족하기 힘든 시기가 다가오자 연 5~8% 정도(시중금리 2~3배 정도)의 수익을 노리는 주가연계증권(ELS), 채권혼합형펀드, 인컴펀드 등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상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 롱숏펀드 지고, ‘ELS’ 떠오르다

연 초 2000선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제한된 범위에서 지수가 오르내리는 것)에 지수가 머물면서 자금 몰이를 했던 롱숏펀드(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long)하고,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공매도(숏·short)해 증시가 좁은 범위에서 오르고 내리는 박스권에서도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펀드)는 최근 지수가 2070선을 넘나드는 등 상승하면서 인기가 식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롱숏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8월 말 현재까지 약 3774억원이 순유출됐다.

그 빈자리를 대체한 상품이 바로 ‘ELS’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국내외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 상품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ELS의 기초 자산이 종목 뿐만 아니라 코스피200, 홍콩의 HSCEI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등 다양한 지수를 편입해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노리는 상품들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최진경 한국투자증권 둔산PB센터 차장은 "ELS의 경우,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은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편입한 상품이 주로 나가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S&P500이나 닛케이500지수의 경우 이미 많이 올랐다는 부담이 커, 이보다 코스피200· 홍콩항성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EuroStoxx50) 등을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ELS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ELS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상품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 ELS의 경우,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일정 기준 아래로 하락하면 손실을 본지만, ELS 중에서 자산들의 주가등락폭을 평균으로 계산해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하는 '투 인 원'(Two in One) ELS 상품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삼성자산운용이 홍콩항성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3개 ELS를 지수로 만든 공모형 펀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상품은 가입후 6개월이 지나면 별도 환매수수료 없이 환매할 수 있고, 만기 후에도 계속 투자를 하는 등 투자와 환매가 자유롭다. 이 밖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같이 원금이 보장되도록 설계한 상품들이 증권사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 "채권 비중을 높여라"… 혼합형 펀드 대세

코스피지수가 지난 7월부터 2000선을 두달 가량 연속해서 웃돌며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지만, 반대로 혼합형펀드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성과면에서도 혼합형이 압도적으로 좋다. 연초 후 국내 혼합형펀드의 수익률은 3.35%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2.9%)을 웃돌았고, 해외혼합형 펀드의 수익률도 6.3%로 해외주식형펀드 3.95% 보다 크게 앞섰다.

해외혼합형 펀드 중에서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올 들어 14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린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H)’은 올 들어 4% 넘는 수익률을 무난하게 달성하고 있다.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증권자투자신탁H[주식혼합]’, ‘알리안츠월지급인컴앤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_재간접형](H)운용’으로도 올 들어 800억원 이상이 몰렸는데, 이 펀드들은 각각 지난 6개월 동안 5.5~6% 가량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혼합형 펀드 중에서는 올 들어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이 4277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가장 선전했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12% 넘는 수익을 냈다. 이 밖에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 ‘신영고배당30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으로도 각각 2000억원, 1800억원이 몰렸다.

◆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나눠서"… 인컴펀드도 인기

채권·부동산·고배당주·우선주 등에 분산 투자해서 배당이익과 채권이자 등을 동시에 노리는 인컴펀드도 꾸준히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설정된지 1년이 넘은 인컴펀드들 중 절반은 12~14%의 1년 수익률을 기록 하는 등 성과가 좋은 편이다.

개별 펀드 별로 살펴보면 ‘JP모간아시아퍼시픽인컴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A’와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인컴플러스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클래스C’이 지난 1년 동안 14% 수익률을 기록했고, ‘미래에셋배당과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파생형)종류A-e’, ‘프랭클린재형미국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등도 비슷한 성과를 냈다. 올 들어서도 이 펀드들은 8~11% 가량 수익을 내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월에 설정된 ‘피델리티글로벌멀티에셋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재간접형)종류A’도 3개월 동안 2% 가량의 수익을 내는 등 무난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자금 유출입 현황을 보면,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은 올해 이들 중 가장 많은 자금인 1050억원 가량이 몰렸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배당과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파생형)’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AB유럽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으로도 올해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리에 민감한 자산 비중을 낮추는 한편, 인프라 자산 등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도 있다. 한 운용업계 전문가는 “특히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인컴펀드의 경우, 저금리 기조에서 이미 수혜를 봤던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줄이는 반면 신규 인프라 자산의 투자를 늘리거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지 등 세계 경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