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 와동동 '운정신도시 롯데캐슬'(1880가구) 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는 집을 사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이 단지는 올 11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간 상태지만, 대형(전용면적 113㎡) 주택 상당수가 오랫동안 미분양 상태였다. 그러나 23일부터 사흘 동안 20채가 한꺼번에 팔려나갔다.

파주 '휴튼부동산'의 한정희 사장은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팔려나가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분양가의 25%만 내면 입주할 수 있는 특별 계약 조건까지 붙어 기존 아파트보다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김포시도 7월 한 달 사이 1000가구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판매됐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2만6797가구로 전월(前月·3만212가구)보다 3415가구(11%)가 감소했다. 올 한 해 월간 감소폭으로는 올 2월(3419가구)에 이어 가장 크다. 수도권 전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이제는 집을 살 때'라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덕분이다.

비수기에도 미분양 날개 돋친 듯 팔려

경기 김포시에서 올 5월 선보인 '한강센트럴자이'는 분양 초기보다 최근 들어 팔려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여름 비수기인데도 주말마다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1000여명에 달한다. 박희석 GS건설 분양사무소장은 "100㎡형은 계약이 끝났고, 중소형 아파트도 평일 하루 평균 10채, 주말에는 20여채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빠르게 판매되는 곳은 경기 김포·파주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최근 2~3년간 공급된 새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인 채로 쌓여 있었다. 하지만 7월 한 달에만 김포에서 1045가구, 파주에서 649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평택에서도 7월에만 625가구, 시흥에서도 452가구가 팔려나갔다. 서울 등 주변 지역보다 싼 가격에다 건설사들이 다양한 계약 조건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많아서다.

서울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109가구가 줄었다. 이달 들어서도 일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남아있던 물량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다음 달 완공 예정으로 서울 마포구에서 건립 중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는 26일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7월 중순부터 미분양이 팔리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實수요자들 '지금이 집 살 때' 판단"

미분양 아파트가 팔려나가는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에 힘입어 주택 구매 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 발표된 7월 이후 주택 가격과 매매 거래량·신규 아파트 청약률·경매 낙찰가율 등의 지표가 한꺼번에 개선됐다"며 "최근 미분양 감소 속도가 높아진 것은 수도권 수요자들이 집값을 '바닥'으로 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무주택자나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를 비롯한 주택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투자보다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복잡한 청약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남은 물량 중에서 원하는 동(棟)이나 층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전세금 상승으로 인해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가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 분양 시즌이 주택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음 달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약 5만가구 아파트가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청약자 모집에 실패할 경우 다시 미분양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미분양 감소는 건설사의 할인 혜택도 영향이 있어 분양 시장으로 구매 열기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되면 하반기 분양 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