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유통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나 홀로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대형 마트, 백화점, 수퍼마켓, 재래시장 등 다른 유통 업태의 매출이 동반 하락하는 것과 정반대다. 이는 1, 2인 가구가 늘어나는 장기 인구 구조 변화에서 촉발하는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지난달 유통업 종류별 매출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 매출은 작년 7월보다 8.2% 증가한 반면 대형 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매출은 각각 4.6%, 3.1% 감소했다. 백화점은 2% 증가에 그쳤다.

올 상반기 전체를 봐도 편의점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인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업계 1위 비지에프리테일의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7% 늘었고, 2위인 GS25를 갖고 있는 GS리테일과 3위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은 9.1%, 3.2%씩 매출이 늘었다. 반면 대형 마트 1위인 이마트의 올 1~7월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14% 줄었다. 백화점 1위인 롯데백화점도 상반기 매출은 1%, 영업이익은 3.3% 감소했다.

5년간 연평균 17%씩 폭풍 성장하는 편의점

내수 불황 와중에도 편의점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씩 성장했다. 이런 활황세는 국내에서 저(低)출산, 만혼(晩婚) 증가 등으로 1, 2인 가구 급증이 가장 큰 요인이다. 2012년 현재 소(小)가족은 국내 총가구의 50%를 넘는다. 이들의 특징은 조금씩 사서 소비하는 것이다. 차를 타고 멀리 가야 하는 대형 마트에 가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살 이유가 없다. 고령자들도 가까운 곳에서 소량 쇼핑한다.

경제 민주화 관련 법 규정이란 측면에서도 편의점은 대형 마트, SSM보다 유리하다. 대형 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은 근처 재래시장 상인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신규 출점을 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영업일과 운영 시간도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편의점은 각 점포를 가맹점주, 즉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출점 제한이 없다. 운영 시간 규제도 거의 없다. 이런 매력으로 편의점 상위 3개 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 숫자는 총 2만3456개로 4년 전보다 55% 정도 늘었다.

"4만달러 소득 때까지 高성장세 지속"

편의점은 다른 업종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성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시작한 도시락 매출은 매년 2배씩 늘고 있다. 도시락 전문점이나 김밥집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들은 재작년부터 기존 휴대전화보다 싼 알뜰폰을 팔고 있으며 쇼핑몰로 주문한 상품을 보관하거나 받은 상품을 반품하는 준(準)택배 업무도 한다.

자체 브랜드(PB)도 만들어 판다. CU의 경우 자체 브랜드 주스의 매출이 전체 주스 매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 브랜드 김밥 매출은 올해 작년보다 60% 늘었다.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가 한국을 선행(先行)해 움직이는 일본처럼 한국도 편의점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업계 2위 편의점인 로손이 고급 수퍼마켓 '세이죠이시이'를 최근 인수할 만큼 편의점세가 막강하다. 신세계그룹위드미를 인수하면서 편의점 시장에 최근 뛰어든 것도 이런 성장세를 겨냥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9차례에 걸쳐 공개 사업 설명회를 열었고 3000명이 몰렸다. 신세계그룹의 가세로 목 좋은 점포를 갖고 있는 편의점주를 붙잡기 위한 업계 쟁탈전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2025년에는 1,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7%에 달할 전망"이라며 "일본처럼 1인당 소득 4만달러까지 편의점이 고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