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7일간 파업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옥쇄파업(명예를 위해 죽기를 각오한 파업)’이다보니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월급도 나오지 않기 시작했고 집사람이 대신 일을 하러 나가고 아이들은 ‘왜 아빠는 회사 안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앞이 얼마나 막막하던지….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1라인에서 코란도C 조립 작업 모습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에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의 대표 SUV 코란도C를 생산하는 조립 1라인에서는 활기가 넘쳤다. 여기저기서 ‘드르륵’하는 전자드릴 소리와 ‘삐익, 삐익’하며 부품을 옮기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올해 새로 설치한 시스템 에어컨덕에 공장이 한결 시원해진데다 7월 말 이미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노사 타결로 근로자들은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조립1팀 이정호 차장은 “평일에는 월·화·목·금요일과 주말에는 토요일에 잔업을 하는데 190명 성원이 되지 않으면 잔업을 못한다. 그런데 지난주 올해 처음으로 평일 4일 모두 잔업을 했다”고 말했다.

◆ 노사 한마음에 활기 넘치는 쌍용차 공장…생산 물량 늘고 신차 생산도 탄력

쌍용차 노사는 올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지난 7월 24일 최종 타결했다. 지난 2010년 이후 5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쌍용차의 전격 합의에는 회사와 노조가 모두 ‘회사를 위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됐다. 회사 측 협상 대표인 이유일 사장은 “소모적 논쟁을 피하자”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파격적으로 노조 측에 제안했다. 쌍용차 노조 역시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먼저 타개해야 한다며 회사 측과 전격 합의했다.

쌍용차 코란도C 생산 조립 1라인에서 작업자가 시트를 차에 넣고 있다

노사의 화합 덕에 쌍용차 생산 라인은 풀가동 중이었다. 코란도C가 생산되는 조립1 라인은 190명의 직원이 시간당 24대의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요즘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주간 잔업과 주말 잔업 수당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다음 달 처음으로 늘어난 수당 금액을 받을 예정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정호 차장은 “대략 계산을 해보니 수당이 기존보다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1팀 박태환 부장은 “잔업 물량이 늘면서 코란도C를 받는데 20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이 생산물량 확대로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조립 1라인에서 근로자가 코란도C 내부 조립을 하는 모습

쌍용차 노사의 전격 타협 덕분에 내년 1~2월 양산 예정인 소형 SUV ‘X100’ 생산 준비도 계획대로 착착 준비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 특성상 기존에 생산하던 차량 외에 신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라인에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라인 전체를 세우는 ‘셧다운’이 필요하다.

쌍용차 노사가 7월말 임단협을 전격 타결한 덕에 사측은 이번 여름휴가 기간 동안 코란도C 생산라인에 X100 생산을 위한 라인 개선 작업을 70%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추가로 라인 개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란도C를 생산하는 쌍용차 평택 공장 1라인에 신차 X100 생산을 위해 추가로 설치된 설비

만약 노사 타협이 늦어졌다면 일부러 생산 라인을 세우고 라인 개선 작업을 해야 했다. 코란도C라인에서는 하루 약 248여대의 차량을 생산한다. 하루 라인을 세울 경우 매출 피해액만 50억~60억원에 이른다.

쌍용차 하광용 생산본부장은 “이미 X100의 시험 제품이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며 “노사화합으로 6개월가량 라인을 재정비하고 생산 품질을 테스트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신차 생산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출구 없는 갈등 펼치는 현대차·르노삼성차 노사, 커지는 피해액 흘러가는 골든타임

반면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차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통 크게 결정하라”고 압박하지만, 사측은 잔업과 특근이 많은 근무 환경상 인건비가 많이 늘어나 경쟁력이 약화한다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법원이 판단이 나오고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갈등에 따른 특근·잔업 거부로 매출액 1100억원, 약 5000대의 생산 피해를 봤다. 기아차는 220여억원, 1290대의 피해를 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노조 이경훈 지부장(맨 왼쪽)이 지난 7월 30일 노조 회의실에서 통상임금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해외에서는 엔저 및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하락, 내부적으로 노조 문제까지 터져 나와 3중고를 겪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쟁의회의를 통해 파업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한다.

르노삼성차도 비슷한 처지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생산직 과장급 90여명의 진급 문제를 비롯해 인사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협상이 교착상태다. 사측은 수정 기본급 인상액과 500여만원의 일시금 지급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은 인사·경영권을 요구해 교착상태다. 현대 르노삼성차 노사는 사측의 요청으로 26일 현재 10차 본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이 중단된 르노삼성차 생산라인 모습

르노삼성차는 지금까지 총 46시간의 부분파업으로 44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생산에 차질을 빚은 차량만 총 2257대에 이른다. 르노삼성차는 QM3 생산을 맡은 스페인 공장이 한 달 가량 여름휴가에 들어간데다 사전 주문 3200대를 기록한 SM5 디젤과 북미 수출용 로그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