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아밋 피델리티 자산운용 투자전략 커뮤니케이션팀 총괄이사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간혹 미래를 점칠 때 무리하게 원인을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일부 ‘스타’(star)에 열광하며 몇몇 유명인들의 행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믿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 막을 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세계 언론은 메시, 네이마르, 호날두 같은 스타급 축구 선수들의 행보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축구전문가들은 개별 스타급 선수들의 역량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팀워크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 결국 올해 우승컵은 어느 매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팀이 거머쥐게 됐다. 바로 독일이었다. 독일은 스타급 축구선수가 없었지만, 훌륭한 팀워크로 우승할 수 있었다.

이를 경제학이나 투자 측면에 대입해 봤을 때에도 이 같은 사례는 많은 깨달음을 준다. 심리학에 기반을 둔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왜 투자자들이 투자의 행위에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 혹은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요소나 유행에 따라 주가가 과대평가되기도 하고, 과소평가되기도 하는 등 변하는 상황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같은 맥락으로 ‘경제와 주식시장이 항상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은 ‘복잡성 경제학’(complexity econo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낳기도 했다. 이 학문은 주식시장 속의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체로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인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에 대해 설명한다.

복잡적응계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돌아가는 주식시장이나 기업환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사실 복잡적응계는 자연 생태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생존을 위해 지속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곤충군집의 모습을 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개미군단을 예로 들어보자. 개미 한 마리의 행동을 관찰한다고 해서 전체 개미 군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반화하기란 쉽지 않다. 또 시스템은 개별의 부분들을 전부 더한 것보다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내, 시스템 전체를 분석해야 제대로 된 모습을 알 수 있다. 자연 속의 다른 생태계나 인간의 면역체계, 기업 조직과 같은 사회 시스템을 분석할 때도 복잡적응계의 사례를 해석하는 것처럼 분석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주식시장의 상황과 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라는 큰 특징을 띄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스템 속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사건들에 반응하는 시스템 일부다. 이들의 상호작용(주식 거래 등)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은 자체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굴러가게 돼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주식시장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시스템 내 한 개인의 의견보다는 전체적인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종 결정권자는 주식시장이지, 정량화한 계량모델들을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는 등의 행동은 금융위기 때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닥치면 무용지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