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성 스포츠레저부장

서울은 18.6킬로미터의 성으로 둘러싸인 성곽도시다. 서울한양도성은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직후인 1396년에 쌓은 후부터 세종과 숙종 때 대대적으로 수리하여 그 모양새를 갖추었다. 한양도성은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등 일명 내사산(內四山)의 산줄기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쌓았기에 도성 안에서나 바깥에서 항상 볼 수 있었다.

성곽을 따라 하루만에 한바퀴 도는 것을 순성(巡城)놀이라고 한다. 순성놀이는 이미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풍습을 다룬 책에 보면 순성은 “봄과 여름철에 성안 사람들이 짝을 지어 성 안팎을 돌면서 성주변의 경치를 구경하는 멋진 놀이”였다. 일제시대 초까지만 해도 이어지던 순성놀이 풍습은 개발과 전쟁 등으로 성곽이 파괴되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최근들어 순성놀이 풍습이 살아나고 있다. 서울시가 2015년에 서울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복원 노력을 해온 결과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민들이 순성놀이를 즐기고 있지는 못하다. 서울 한양도성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아직은 하루 순성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광복절 연휴 중 하루인 16일, 조선비즈 워킹서울팀과 순성놀이를 했다. 아침 7시반 남대문에서 출발하여 남산, 낙산 구간을 돌아 혜화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울시가 서울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여 서울의 주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옛 동대문 이대부속병원 자리에 개관한 서울한양도성박물관은 서울한양도성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잘보여주고 있었다.

북악산 구간의 시작인 와룡공원을 지나 성곽 외벽의 웅장한 모습은 서울이 역사가 오래된 도시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곳을 지나 북악산 구간으로 들어가려면 말바위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북악산 구간이 청와대 경비를 위한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다. 일행 중 한명이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다. 마침 같은 시간에 줄을 서 있었던 외국인 학생 한 명도 학생증 말고는 신분증이 없어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서울 한양도성 구간 중 인왕산과 북악산 구간은 1968년 1월 소위 ‘김신조 무장공비사태’ 이후로 민간인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다. 북한의 무장공격으로부터 청와대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2월 인왕산 구간이 민간에게 개방됐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구간은 그 후에도 오래동안 출입금지 구역이었다가 2007년 4월 시간제로 개방됐다.

북악산 구간에는 많은 군인과 경비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서울시내 전체가 보이는 청와대 방향으로 사진촬영은 물론 군경비초소나 철조망, 군인들이 나오는 사진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악산 구간을 오가는 많은 탐방객들은 낮시간에 엄격한 신분증요구나 사진촬영 금지의 이유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먼저 출입통제와 사진촬영 금지 등의 이유가 되는 ‘북한의 무장 공격위험’이 현실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1960년대나 70년대와 달리 첨단 장비로 무장한 한국군의 방어체계가 휴전선에서 청와대까지 오는 북한의 무장군인들을 발견하고 방어할 능력이 안되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미 구글의 위성 지도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청와대 주변의 모습이 민간인의 사진에 담긴다고 군사정보가 노출된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군의 과도한 통제에 대해 혹시 군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관습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민들의 의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 8월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관광분야 활성화를 위한 많은 대책들이 발표됐다. 그러나 투자도 중요하지만 단지 관습적인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함으로써 관광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외래관광객은 1218만명이었고, 그중 66.2%가 개별자유여행객(FIT)이었다. 한국방문 외래관광객의 87%가 서울을 방문했다. 하지만 외국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서울지역은 명동, 신촌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한국방문 해외여행객이 서울의 더 많은 지역을 방문하고, 더 오래 동안 머물게 하려면 여행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별자유여행객들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해 서울한양도성 북악산 구간 방문객 20만명 중 외국인은 8천4백여명이었다. 올 7월까지 방문객수를 살펴보면 내외국인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한양도성과 같은 역사유산을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유다.

서울 한양도성의 영어명칭은 Seoul City Wall이다. 2012년에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명칭이다. 이전에는 주로 Seoul Fortress Wall로 쓰였다. 요새라는 의미의 Fortress와 서울 한양도성의 특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이다. 실제로 한양도성은 역사적으로 외적의 방어 역할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에도 한양도성을 방어벽으로 하여 외적과 싸우지 않고 왕들은 도망갔다.

군은 서울 한양도성이 서울의 주요 관광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북한산에서 북악산으로 가는 구간을 막고 있는 것, 북악산 통제, 사진촬영 금지가 군사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군이 불편하더라도 시민을 위하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군이 불편을 참아야 할 것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순성놀이는 9월27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