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이 담합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징금이 담합 기대이익보다 훨씬 적은 데다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도 수차례 경감돼 과징금 처벌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공정위가 2009년부터 2014년 5월까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과 임원 등 1267건을 분석했다. 이 중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건은 985건이다. 공정위는 기본과징금을 산정하고 3차에 걸쳐 조정한 뒤 과징금을 부과한다. 담합 과징금 부과 1·2∙3차 조정 단계 사례 2955건을 분석한 결과 공정위는 92번만 과징금을 가중했다. 1669건은 과징금을 줄여줬다.

◆ 갈수록 과징금 감경률 증가, 2013년 60%까지 깎아줘

공정위가 기본 과징금을 산정한 뒤 과징금을 깎아주는 비율이 갈수록 증가한다. 공정위가 2009~2013년 산정한 기본 과징금은 7조 8755억원이었다. 1·2∙3차 조정을 거치면서 과징금은 총 3조 9160억원으로 줄었다. 절반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과징금은 공정거래법을 기반으로 기본과징금을 산정한 뒤, 공정위가 만든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의무적 조정과징금(1차 조정), 임의적 조정과징금(2차 조정), 부과과징금 단계를 거친다.

최근 5년간 과징금 산정관련 단계별 과징금 (2014년5월 기준, 단위: 원)

공정위는 2009년 기본 산정 과징금에서 26.9%를 깎아줬다. 감경률은 2010년 53.4%로 두배 가까이 늘더니 2013년 60.4%까지 높아졌다.

2009~2013년 담합 과징금 감경률

공정위는 자진신고(리니언시) 비밀유지 규정 때문에 리니언시 대상 기업과 과징금 감면액을 공개하지 않는다.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액까지 포함하면 감경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관련 심의에서 검사와 판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형사 사건에서 검사가 5년 구형하면 판사가 3년 실형을 선고하는 것처럼 기본과징금 산정금액과 최종 과징금은 차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과징금 마지막 단계에서 90% 이상 감경…“과징금 고시 문제있다”

공정위가 애써 적발한 담합 사범의 과징금을 대폭 깎아 주는 것은 과징금 고시 자체가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과징금은 세 단계 조정 절차에 거치면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1차 조정인 ‘의무적 조정’ 과징금은 위반 기간 및 횟수에 따라 기본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늘리거나 줄인다. 2차 조정인 ‘임의적 조정’ 과징금은 담합 주도 여부, 자진 시정 여부 등에 따라 50% 내에서 가중 또는 감경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부과 과징금’ 조정은 사업자의 부담능력, 시장에 미치는 효과, 시장 및 경제 여건을 감안해 조정한다. 마지막 단계엔 감경 조항만 있다. 또 1·2차 조정과 달리 감경 상한선도 없다. 그러다보니 50% 이상 줄어들기 일쑤다. 90% 이상 감경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조선비즈는 공정위가 2009년부터 2014년 5월까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세부 자료를 입수했다. 정무위원회 한명숙 의원실이 공정위에 요청해 받은 자료다. 분석 결과,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3차 조정 985건 중 감경 없이 넘어간 건은 45건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2009년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한 용역 보고서(과징금산정에 있어 관련 매출액에 관한 연구)에도 과징금 산정 고시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공정위가 담합 규제 관련해 외부에 유일하게 의뢰한 보고서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종보고서에서 “과징금 고시에는 사업자 규모와 경제력 같은 주관적인 사정을 과징금 하향조정 사유로서만 사용하고 있다. 위반행위에 대한 억제력 관점에서 상향 조정 사유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최근 5년 담합 단계별 과징금 징수 자료 입수…공정위, 1669번 감경하고 92번만 가중

공정위는 담합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징금 경감률은 최대 90%지만 가중률은 최대 50%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2012년 과징금을 36차례 깎아 기본 산정금액에서 90% 이상 줄여줬다. 같은해 과징금을 늘린 횟수는 5번에 그쳤다. 4번은 10%이고 단 1번 50% 늘렸다.

조선비즈는 공정위가 2009년부터 2014년 5월까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세부 자료를 입수했다. 정무위원회 한명숙 의원실이 공정위에 요청해 받은 자료다. 해당 자료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267개 기업의 1·2차 조정과 과징금 부과까지 단계별 경감 내지 가중 금액이 담겨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 단계 2955건에서 92번만 과징금을 가중했다. 1669번은 과징금을 경감했다. 나머지 1194번은 가중∙경감 없이 넘어갔다.

연도별 경감횟수와 가중횟수 총합

공정위 관계자는 “기본과징금을 산정하고 각 조정을 거치는 것은 기업이 과징금 결과를 예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면서 “시장 상황이 어려운데 원칙만 고수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 질 수 있다.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한명숙 의원은 “과징금 가중 요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 주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담합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지난 5년간 과징금 부과율은 5% 이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