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에 이은 '제3의 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거래량이 미미해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왔던 코넥스시장이 6월 이후 최근 거래량이 무섭게 늘며 본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데다, 역시 '잊힌 시장' 취급을 받아왔던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보드'가 25일부터 삼성SDS 미래에셋생명 등 유명사들을 유치, 대대적인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두 시장의 경쟁으로 증시가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급증하는 코넥스시장 일평균 거래액

지난 5월까지만 해도 2억원이 채 안 됐던 코넥스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7월 7억원에 달했다.

코넥스시장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일평균 거래대금이 2억원 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점점 침체돼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6월부터 거래대금이 급증하기 시작, 지난달에는 7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번 달 들어서는 4억1000만원으로 감소하며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1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코넥스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코넥스 상장사들의 코스닥 이전 상장 기회가 많아진 것이 큰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군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코넥스 상장사들을 위해 신속이전상장제도(패스트트랙)를 도입했다. 패스트트랙이 도입된 뒤 코넥스 상장사들은 과거보다 완화된 조건에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코넥스 상장사가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해서는 상장 후 1년이 경과하고 연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평균 시가총액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했다. 혹은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상장한 지 만 1년이 경과한 기업이어야만 이전 상장이 가능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다른 기준에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인 기업에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장 시점으로부터 과거 2년간 연간 순이익이 20억원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이거나, 혹은 상장 시점으로부터 과거 1년 동안 연간 순이익이 40억원이고 ROE가 20% 이상이라면 이전 상장이 가능하다. 현재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받아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 심사를 청구한 회사로는 하이로닉아이티센이 있다.

코넥스 상장사가 기존 코스닥시장 상장사에 합병돼 사실상 우회상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배우 하정우씨의 소속사로 잘 알려진 판타지오는 오는 10월 코스닥 상장사인 교육업체 에듀컴퍼니에 흡수 합병된다.

프리보드 시장, 전열 정비하고 다시 뛴다

한편 코넥스시장이 생기기 이전 대표적인 장외시장이었던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보드' 시장 역시 'K-OTC 프리보드시장'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경쟁에 나섰다. K-OTC 프리보드시장이란 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보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삼성SDS, 포스코건설, 미래에셋 생명 등 유명 회사나 기존에 상장폐지된 기업 중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난 기업을 상장시킨 시장을 말한다. 25일 개장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삼성SDS다. 삼성SDS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매매하는 주식이고 프리보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매매가 가능해 적지 않은 투자자가 프리보드 시장에 관심을 가질 전망이다.

금투협은 새로 지정한 56개사를 1부 지정기업부에, 기존 프리보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 48개사는 1부 등록기업부에서 거래하게 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모든 장외주식이 거래 가능한 2부 시장을 열 방침이다.

한 장외주식 시장 브로커는 "코넥스시장이든 프리보드든 성공하기 위한 제1원칙은 꼭 거래하고 싶은 좋은 기업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코스닥시장의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2013년 7월 1일 개장한 중소기업 전문 주식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