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지주사의 고공행진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올 들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지주사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반면 대형 지주사들은 CJ(001040)를 제외하곤 모두 하락했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소형 지주사, 올 들어 최대 150% 올라

올들어 중소형 지주사 29개의 주가는 평균 40.8% 올랐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8000원대에 거래됐던 대상홀딩스(084690)주식은 현재 2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DRB동일이 89.4% 상승했으며, 풀무원·세아홀딩스(058650)·진양홀딩스(100250)·코오롱(002020)도 70% 넘게 오르며 상승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진홀딩스(015860)·KPX홀딩스(092230)의 주가도 60% 넘게 상승했다.

반면 이 기간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형 지주사들의 주가 흐름은 다소 부진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강세)과 내수 활성화 정책 덕에 51.9% 오른 CJ를 제외하곤 대부분 하락했거나 크게 오르지 못했다.

자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한화(000880)GS(078930)는 올 들어 25% 가까이 떨어졌다. SK(034730)·두산(000150)·LS(006260)도 10% 넘게 내렸으며, 그나마 LG(003550)효성(004800)이 각각 10.6%, 6.5% 오른 상태다.

음식료·화장품 등 성장성 높은 특정 업종 주력

증권 전문가들은 올들어 강세를 보인 중조 지주사들의 경우 대형 지주사들과 달리 업종을 다각화하지 않고 특정 산업군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해당 산업군이 대체로 여행·화장품·의료기기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SK같은 대기업의 경우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통신·에너지·화학부터 건설·IT·반도체·해운 등 다양한 산업군에 분포돼있다. 이 때문에 일부 자회사의 실적과 주가가 좋아도 다른 자회사의 실적이 나쁘다면 지주사 주가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K가 지분 94.13%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SK E&S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나 감소했는데,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친 실적 때문에 모회사인 SK의 실적과 주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반면 중소형 지주사의 자회사들은 대체로 업종이 국한됐다. 풀무원의 자회사들은 대부분 음식료업에 속해있다. 올 들어 음식료업은 코스피200 업종 지수가 23% 가까이 오르며 업황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풀무원의 비상장 자회사인 풀무원식품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하며 모회사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저가 항공사를 갖고 있는 한진칼과 AK홀딩스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며 수혜를 봤고, KC그린홀딩스는 환경 산업이 성장 산업으로 부각되며 재평가받고 있다”면서 “중소형 지주사 가운데 특히 KC그린홀딩스, 일진홀딩스, 한진칼의 주가 흐름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모두 오른 것 아냐…투자 과열 주의해야"

다만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형 지주사들의 주가 상승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사가 주력하는 산업의 업황이 각기 다른 만큼, '중소형 지주사'라는 테마로 묶어 무조건 투자할 게 아니라 각 회사의 개별 이슈를 신중하게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지주사라 해서 주가가 모두 오른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은 회사는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지주사 주가도 안 올랐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소형 지주사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투자 매력이 크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지주사는 거래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누군가 주식을 조금만 사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으며, 거래 규모가 작아 밸류에이션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면서 “지주사의 주가 흐름은 주력 상장자회사의 업황과 같은 방향으로 가겠지만, 주가가 오르내리는 정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