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해 20만명가량이 몰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삼지창 모양의 안테나를 단 집채만 한 크기의 5t 트럭 8대가 인파(人波) 속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서 있었다. 이 트럭들은 SK텔레콤(1대), KT(4대), LG유플러스(3대)가 현장에 배치한 '이동(移動)기지국'이다. 이동기지국은 수많은 사람이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쓸 때 발생할 수 있는 '인터넷 끊김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이동기지국 덕분에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교황 사진을 보내고, 교황의 시복(諡福)미사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끊김 없이 볼 수 있었다.

통신 3사 이동기지국 경쟁

2011년 LTE(4세대 이동통신) 시대 개막과 함께 본격적인 기지국 경쟁을 시작한 통신 3사가 최근에는 건물 내·외부나 지하철 등에 설치된 기지국 외에 이동기지국 운영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기지국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지국을 아무리 많이 설치해도 통신 전파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고,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 때는 기존 기지국만으로는 통신량을 커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신사 직원들이 차량형 이동기지국(사진 위)과 이동폴 형태의 기지국을 설치하고 기능을 점검하고 있다. 통신 3사는 4세대 이동통신(LTE) 시대 개막과 함께 고정형 기지국 외에 이동기지국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기지국은 휴대폰의 신호를 잡아서 통신망에 연결해주는 장치로 통신 품질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쓰인다. 기지국 수가 많을수록 전국 어디서나 통화나 무선 인터넷이 원활하게 서비스된다. KT 이철규 네트워크운용본부장은 "이동기지국을 운영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한결같은 인터넷 속도를 느끼게 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가 가장 많이 쓰는 이동기지국 형태는 차량이다. 차량형 이동기지국은 화물 운송용 트럭의 화물칸을 컨테이너 상자 모양으로 개조해 그 안에 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식으로 만든다. 차량 이동기지국 1대가 수용할 수 있는 통신량은 일반 기지국 1곳과 같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무선 인터넷을 쓸 경우 최대 200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다. 차량 1대 가격은 1억5000만~2억원 정도다. 현재 SK텔레콤은 21대, KT는 15대, LG유플러스 13대의 차량 이동기지국을 운영 중이다.

통신사들은 여의도 벚꽃축체나 한강 불꽃놀이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나 추석과 설날 등 명절 때 고속도로 근처에서 차량 이동기지국을 배치해 운영한다. SK텔레콤의 경우 차량 이동기지국 21대가 지난해 총 1000회가량 출동해 1만3000㎞를 달렸다.

통신 3사는 통신사 로고가 그려진 차량 이동기지국을 통한 기업 홍보 효과를 노리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자리 확보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차량 이동기지국을 돌리려면 전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 확보가 쉬우면서도 오가는 사람이 많은 '명당(明堂)'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기지국 성능 높이는 게 우선

이동기지국은 차량형 말고도 형태가 다양하다. KT는 지난 14일 조립이 가능한 가벼운 플라스틱 막대 끝에 안테나를 다는 '이동폴(pole·막대) 기지국'을 현장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동폴 기지국은 최대 14m 높이 폴대에 안테나를 달고 LTE나 3G 신호를 송출한다. 30분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다. 차량 이동기지국이 반경 1㎞ 정도까지만 통신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데 반해 이동폴 기지국은 최대 10㎞까지 커버가 가능하고 지형(地形)에 상관없이 설치할 수 있다. 대신 수용할 수 있는 통신량이 일반 기지국의 3분의 1 수준인 600명 정도로 적다.

통신사들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뒤나 위에 매달고 이동할 수 있는 '트레일러형 기지국'과 '휴대용 기지국'도 운영하고 있다. 트레일러형 기지국에는 바퀴 두 개가 달려 있어서 SUV 뒤에 매달 경우 이동이 가능하다. 휴대용 기지국은 여행용 가방만 한 크기로 반으로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게 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동기지국 운영이 활성화되는 것이 꼭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동기지국 종류와 개수가 많을수록 통신 트래픽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 고정형 기지국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기지국은 현장 기지국에 더한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최신 기술 적용 등을 통해 기존 기지국 성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