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바버샵 헤아 내부 모습

사양산업으로 퇴색하던 이발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낡은 느낌의 이발소 간판은 떼고 바버샵(babershop)이라는 영문 간판을 달았다. 3년 전 홍대 인근 주변에만 볼 수 있었던 바버샵이 지금은 강남과 한남동 일대까지 늘어났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바버샵 '헤아'를 직접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자 포마드 냄새가 물씬 풍겼다. 포마드는 남성들이 머리 모양을 고정할 때 바르는 유지성 제품이다. 포마드 냄새를 맡으며 가게를 둘러봤다. 오래된 인상을 풍기는 재즈음악이 귀에 꽂혔다. 여기에 갈색 고전 가구까지 곳곳에 배치돼 가게 분위기를 중후하게 만들고 있었다.

서울 한남동 바버샵 헤아 내부 모습

방문한 시간이 오후 2시였음에도 머리를 자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20대~30대 남성들이었다. 전대진(23) 씨 역시 머리를 자르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전 씨는 한 달에 두 차례 이곳에 방문한다. 스페인 생활을 오래했던 전 씨는 외국에는 이발소가 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 미용실을 다녔지만 미용사들이 자꾸 말을 거는 게 불편했다"며 "특히 대부분 미용실에는 여성들이 많아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9개월 전 헤아를 열었던 이상윤 대표는 한국에서 바버샵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80% 미국 남성들이 현재 우리나라처럼 미용실, 즉 살롱에 갔지만 현재는 반대로 80% 남성들이 바버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버샵은 단순히 이발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바버샵은 남성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하는 곳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종합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미용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들이 가진 미용실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남성성이 강한 이발소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고 싶었다"며 "외국 형식을 모태로 한국적인 바버샵을 여는 게 목표였고 지금 이 가게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버샵의 가장 큰 특징은 미용실에서는 불가능한 전문적인 면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전유물인 면도는 이용사 자격증 소유자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시술로 여겨지고 있다. 이용사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 이 자격증을 소유한 사람만이 이발소를 열 수 있다.

이 대표는 1호점을 개설한 지 1년도 안됐지만, 이미 2호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1호점에서 낼 수 있는 수익은 포화상태다"라며 "바버샵을 찾는 남자 손님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발소를 운영하는 한 이용원은 "대부분 이발소가 여전히 유행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발소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설을 현대화하고 남성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바버샵 같은 특색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