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현대차 담당 김성한 국장

조회 수 1149만건. '현대: 빈 차 호송대(Hyundai: The Empty Car Convoy)'라는 제목의 3분짜리 동영상이 지난달 1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후 두 달도 안 돼 세운 기록이다. 이 영상은 미국 모하비 사막의 현대차 주행 시험장에서 신형 '제네시스' 6대가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선두 제네시스를 따라가는 5대에서는 운전자들이 차가 달리는 상태에서 운전석을 빠져나와 트럭으로 옮겨타고, 선두 차 운전자는 눈을 가린 채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달리는 내용을 담았다. 앞차가 급정거하자 뒤차가 운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차례로 멈추는 장면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월드와이드가 만든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질 만한 메시지를 주입하는 마케팅) 동영상이다. 앞차를 따라가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을 결합한 기술력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동영상은 현대·기아차의 광고를 맡고 있는 이노션이 제작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이노션 본사에서 제네시스 광고를 담당했던 현대차 담당 김성한(42) 국장과 카니발 광고를 제작한 기아차 담당 김성현(47) 수석국장을 만나봤다.

"현대차는 '케어링(caring)'이 핵심"

'빈 차 호송대'를 기획한 김성한 국장은 "이 광고는 제네시스 제품 광고 영상이 아니라 현대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살핌, 배려 등의 뜻을 담은 '케어링(caring)'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상품 홍보 영상이 최근 인기다. ‘현대:빈 차 호송대’ 동영상에서 운전자가 눈을 가리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도 신형 제네시스가 달리고 있는 장면

김 국장은 "영상에 나오는 기술은 현대차만의 고유 기술은 아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무인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현대차가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살피고 배려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영상 제작은 지난 2월부터 7월 1일 영상을 공개하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비용도 100만달러(약 10억원) 들었다. 김 국장은 "동영상은 100% 실제 상황"이라며 "빈 차를 달리게 하는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 남양연구소 담당자들과 수십 차례 회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광고를 찍기 위해 이틀간 면적 약 1770만㎡(약 535만평)짜리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주행 시험장을 통째로 빌렸다. 수십 차례 안전사고 없이 실험이 가능한지 모의 주행도 해봤다. 또 6대의 제네시스 운전자는 히스패닉 여성, 흑인 남성, 동양인 여성, 백인 남성 등 다양한 인종의 남녀를 선별했다. 김 국장은 "해외 광고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 언제 어디로 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중심의 광고"

기아차에서는 최근 '서프라이즈 카니발'이라는 광고가 인기다. 한 기업에서 깜짝 진급 시험을 보는 직장인 아빠들이 자녀의 친구 이름, 키나 몸무게, 좋아하는 가수 등을 묻는 말에 당황하는 모습이 담겼다. 미니밴 '카니발'의 주요 타깃층이 가족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직장인 아빠들이 자녀의 키나 몸무게를 묻는 돌발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담아 인터넷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 기아차의 ‘서프라이즈 카니발’ 동영상.

이 광고를 기획한 김성현 수석국장은 "기아차의 브랜드 전략이 유저(user·사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K5·K7 등을 앞세워 '디자인 기아'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디자인 2.0'이라는 새 브랜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김 국장은 "차의 디자인이 아니라 차를 타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생활을 디자인해 준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작한 중형~준대형 세단 K3·K5·K7 등 'K 시리즈' 영상이 대표적이다. 광고에서 직접적으로 차를 드러내지 않고 타깃 계층의 생활에 대해 제안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K7의 경우 '젠틀멘 리포트-바버샵'(이발소)이라는 주제로 광고를 제작했는데, 3분짜리 영상에는 자동차 모습이 20초도 안 나온다. 대신 남성들이 이발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K3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주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해 식사할 때 휴대전화를 쌓아두고 먼저 전화기를 드는 사람이 음식 값을 내게 하는 게임(폰스택 게임)을 소재로 영상을 제작했다. 스마트폰을 잠시 떼어놓고 지내보는 것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