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가 필요 없네.”

CJ헬로비전이 출시한 오버더톱(OTT·Over the Top) 기기 ‘티빙스틱’은 인터넷 동영상을 TV로 보는 신개념 동영상 서비스다. 한국판 ‘크롬캐스트’로 불린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용자경험과 사용자인터페이스(UX·UI)가 적용돼 사용하기 한결 쉽다. 사용설명서를 굳이 읽지 않아도 각종 케이블을 연결하고 기본적으로 작동하는데 별반 어려움이 없다. 셋톱박스는 더는 필요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티빙스틱과 연동해 리모컨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의 모습(왼쪽)과 일반 IPTV·케이블 셋톱박스와 비슷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경험(UI,UX)를 제공하고 있는 TV의 모습(오른쪽)

티빙스틱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제품을 HDMI 단자가 있는 TV에 연결하면 외부신호가 입력됐다는 표시와 함께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티빙스틱을 연결하면 준비가 끝난다.

TV와 연결이 끝나자 ‘티빙추천’, ‘영화’, ‘TV’, ‘드라마’, ‘무료영상’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개 영상이 나타났다. 인터넷(IP)TV와 케이블 TV 시작 화면과 메뉴 화면이 비슷해 사용하는데 이질감이 없다. 티빙스틱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은 리모컨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티빙스틱의 리모컨 반응은 예상 밖으로 빨랐다. 일부 IPTV와 케이블TV 사용자들은 리모컨의 반응이 느려 답답해 했다.

티빙스틱의 연결방식은 기존 구글 크롬캐스트와 다소 차이가 있다. 구글 크롬캐스트는 무선랜(WiFi·와이파이)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반면 티빙스틱은 TV와 무선랜으로 연결되고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와는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티빙스틱의 모습.

스마트폰을 조작해 채널을 돌려봤다. 티빙스틱에는 총 150개의 채널이 있다. 특정 방송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모아둔 카테고리도 있어 사용자 입맛에 맞춰 골라 볼 수 있다. 다만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화질도 다소 아쉬운 영역이다. CJ E&M의 채널은 대체로 화질이 괜찮았지만 그럼에도 일부 채널은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TV와 티빙스틱이 무선랜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화질은 무선랜 속도에 좌우된다. 이와 함께 미러링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의 사진이나 영상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

CJ헬로비전은 티빙스틱을 출시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제품 개발과 자체 테스트 등을 거치는데 적잖은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제품 디자인과 포장의 참신함만 보더라도 이런 노력이 엿보인다. 티빙스틱은 빨간색과 흰색 색상에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기는 보통 USB 메모리에 2배 정도로, 손바닥 가로길이를 조금 넘는다.

티빙스틱으로 미러링 기능을 이용하는 모습

포장도 꼼꼼하게 신경 썼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포장방식은 아이폰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티빙스틱과 사용설명서, HDMI 연장선, 충전기 등은 상하단으로 구획을 나눈 포장박스에 정결하게 들어 있다. 경쟁제품인 SK텔레콤(017670)의 ‘스마트미러링’보다는 포장과 디자인이 한 수 위였다.

티핑스틱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품이다. IPTV와 케이블 셋톱박스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와 구글의 관계가 떠올랐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67%의 점유율로 절대 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점유율이 3%에 그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다음에 밀리는 것이다. 티빙도 한국 사람이 사용하기 좋게 설계됐고 국내 콘텐츠로 무장했다. 크롬캐스트와 견줘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들고 있다.

티빙스틱은 다양한 카테고리로 영상 콘텐츠를 분류해 이용자가 쉽게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일각에선 티빙스틱이 CJ헬로비전 셋톱박스 가입자를 오히려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CJ헬로비전 측은 “케이블 방송과 티빙스틱의 고객층이 달르기 때문에 교란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스틱의 가격은 5만9900원으로, 구글 크롬캐스트(4만9900원)보다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