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본격적인 회생안 마련에 착수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 이사회는 이날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팬택 이사회는 이어 이날 오전 11시 법정관리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사회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약 40분간 진행됐다.

팬택은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했다. 사진은 팬택 상암사옥 1층 정문의 모습.

이사회에는 이준우 팬택 대표를 비롯해 중앙연구소장 부사장, 조준호 품질생산본부장 전문 등 사내이사 3명과 함께 사외이사인 박근우 전 증권감독원 부원장이 참석했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이 통과됐고 법정관리 신청사실은 오후 공시를 통해 전달할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구체적인 회생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팬택 이사회, 법정관리 신청서 제출…회생과 청산 사이

팬택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회생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1주일 안에 채권과 채무 관계를 동결하고 1개월 안에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한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팬택의 법정관리인을 지정하게 된다. 팬택은 2개월 안에 채무조정, 출자전환, 무상감자 등을 포함한 기업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3월 실시한 채권단 실사 결과에 따르면 팬택은 계속 기업가치가 3824억원으로, 청산가치 1895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국내외 다른 회사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부채가 탕감되면 해외 기업들이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도의 휴대폰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제조사들이 현재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휴대폰 재조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조차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팬택을 업고 미국 시장 진출하려는 인도와 중국 업체들이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스마트폰 추가 구매를 꺼려 사실상 판로가 막히면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만에 하나 청산을 결정하면 팬택은 보유자산을 팔아 채권은행과 이동통신사, 협력사에 진 빚을 갚게 된다.

◆ 팬택, 법정관리에도 결국은 ‘이통사 도움 절실’

전문가들은 팬택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3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정관리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판매권을 쥐고 있는 이통사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결국 제품이 판매돼 돈이 돌아야 팬택이 살 수 있다”며 “이통3사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팬택은 스마트폰을 월 15만대 이상 팔면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팬택은 작년 말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올 1~2월 스마트폰을 월평균 약 18만대 판매해 소규모 영업이익을 냈다.

팬택의 법정관리 결정에 따라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던 이통사들도 단말기 추가 구매에 대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통3사는 팬택 단말 재고도 쌓여 있기 때문에 추가 구매는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팬택이 법정관리로 2~3개월 시간을 벌게 된다면 재고소진에 따라 이통사의 추가 단말기 구매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통사에도 팬택의 부재는 도움이 안 된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고위 임원은 “그동안 재고 문제로 팬택 단말기를 추가로 구매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소진된 이후라면 단말기 구매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확답할 수 없지만, 팬택의 베가 아이언2 등 신제품 효과가 남아있는 제품이 있는 만큼 시장의 상황을 본다는 전제로 추가 구매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