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네이버·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의 블로그에는 '싱크홀'에 관련된 글이 잔뜩 올라왔다가 며칠 만에 일제히 사라졌습니다. 싱크홀은 지반이 갑작스럽게 움푹 파이는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짓고 있는 초고층 빌딩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도 싱크홀이 여러 개 발견돼 빌딩 공사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모두 "제2롯데월드와 싱크홀은 무관하다"는 내용의 서울시 조사 발표를 옮긴 것이었습니다. 이 글들의 끝에는 모두 롯데물산에서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6월부터 블로거들이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글을 쓰는 경우 이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들은 인터넷에서 '여론 조작' 논란이 일자 일제히 삭제됐습니다. 롯데물산은 "싱크홀에 대해 서울시 발표 등 공식 정보와 롯데 측 입장을 전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과거에도 영향력 있는 블로그 운영자인 '파워블로거'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해왔습니다. IT, 유아용품, 식품 등 각 분야 파워블로거에게 신제품을 제공하거나 원고료를 주는 식으로 자사에 유리한 글을 올리게 유도하는 것입니다. '블로그 마케팅'을 대행하는 전문 업체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인기 블로그를 사들여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남양유업도 작년 12월 블로거들을 초청해 인산염 없는 커피믹스 신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블로거들은 식사 접대와 기념품 등을 받고는 타사 제품에 들어있는 인산염이 유해한 것처럼 보이는 글을 올려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남양유업은 이후 '포털에서 인산염을 검색해보라'는 식의 광고를 내보내 경쟁사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블로그 마케팅을 하지만 주로 회사 이름을 내건 공식 블로그를 활용합니다. 국내에서도 기업과 파워블로거들이 도덕적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자 적절한 도리를 지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