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백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소식들은 정말 위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못 미쳤다는 소식과 함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현지 기업인 샤오미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은 이런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울러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이 와병에서 회복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놓고 과거의 높은 이익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고, 이제 정상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삼성전자가 위기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지금까지 막대한 이익 창출에 기여했던 스마트폰을 살펴보자. 스마트폰의 핵심 소프트웨어(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역량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스마트폰 초창기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삼성전자와 비슷한 성능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한 상황은 1980년대 미국 IBM의 사례와 유사하다. IBM은 PC 시장 개화의 주역이지만, 핵심 반도체는 인텔에 의존했고, 핵심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의존해 시장의 주도권을 금방 잃어버렸다.

이와 함께 삼성을 움직이는 세 축인 오너(회장), 미래전략실, 사업부를 살펴볼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당장의 리스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벗어날 징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가기 힘들다고 했다. 좋은 날이 지나면 궂은 날이 오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니, 실적이 상승곡선을 탈 때가 있으면 하락곡선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꽃 중에는 백일동안 지지 않는다는 '백일홍(百日紅)'도 있다.

소프트웨어와 핵심 반도체(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는 스마트폰 정상의 위치를 오랫동안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상돼 왔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이를 알고 있었고, 만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오는 이익에 도취, 앞으로 닥칠 상황에 진지하게 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높은 이익을 누리다 급격하게 이익률이 추락한 기업들을 보면 미래의 이익을 끌어다 쓴 경우가 많다. 1990년대 초반 급격히 위기를 맞이한 IBM이 그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때 몰락한 기업들도 그랬다.

삼성전자 역시 당장 이익을 내고 있는 스마트폰이 단기적 실적을 위해 장기적 경쟁력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만약 소프트웨어 생태계·서비스 구축에 성공했고, 하드웨어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갖췄다면 이처럼 실적 추락이 빨리 왔을까.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야 할까. 삼성전자 경영진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곡면 TV와 곡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은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대상을 바꿔 소니가 어떻게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면 자신의 역량을 집결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등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아직 소니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소니와 같은 해결책을 놓고 문제에 봉착한다면 소니처럼 단기에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가 보여줬던 혁신은 기술 발전 로드맵을 따라 진보를 이뤄내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의 조류를 타고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추구했던 것처럼 기술과 제품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서비스와 표준, 파트너와 고객 필요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소비자를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 삼성전자를 이끌 이재용 부회장에게 잡스처럼 적극적으로 회사에서 경영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훗날 우리는 스마트폰·TV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 경영진이 도대체 이 중요한 시기에 무엇을 했었는지를 묻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패를 쥐고도 판을 흔들지 못하고,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이는 삼성전자에게 건설적인 질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