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기자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는 '11:4'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야당은 민심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 여당에 완패했을 뿐 아니라 텃밭이나 다름없는 전남 순천·곡성에서까지 여당 후보에게 승리를 내줬다.

재·보선 결과는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닌 야권의 패배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 여권이 잘한 게 아니라 야권이 자멸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의 대응 미숙, 연이은 인사 파동, 유병언 수사 부실 등 선거 환경은 어느 때 보다 야당에 유리했다. 여권의 연이은 실정과 악재에도 불구 '정권 견제론'과 '세월호 심판론'이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은 순전히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 탓이다.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원칙 돌려막기 공천과 세월호 참사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구태의연한 선거 전략, 야권연대에서의 우유부단한 지도력 부재 등은 민심을 등 돌리기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선거 참패가 여권의 무능과 세월호 참사의 반사이익에만 기댄 결과가 아닌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여당의 실정에 야당답게 싸우는 투쟁력도, 그렇다고 새정치스러운 대안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공천이나 선거방식이 새누리당보다 절실하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전략공천 파문이 일었던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이 최저 수준(22.3%)을 기록한 점만 봐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권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은 과하지 않다. 지금 보여주는 역량으로 오는 2016년 20대 총선이나 차기 대선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준엄하게 내린 심판은 지금 같은 모습의 야권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결과를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말로만 '새 정치'를 얘기할 게 아니라 정말 뼈를 깎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상대의 실책과 무능함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대안세력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또 야권의 맏형으로서 선거 때마다 급조된 야권연대를 할 게 아니라 야권 전반의 혁신과 구도 재편을 주도해야 한다.

여당도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스스로 잘해 승리했고 여당의 실정에 면죄부를 받았다고 판단하면 착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이 사실상 '박근혜 마케팅' 없이 이번 선거를 치른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승리의 자만으로 독선의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세월호 사태를 인위적으로 정리하려든다면 참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이 나라를 책임진 집권여당으로서 걸맞는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보여달라는 기대와 명령이다. 새누리당이 압승에 취해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언제든 민심으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겐 선거 후유증으로 허송할 여유가 없다. 경제가 안 좋다보니 바닥 민심은 나쁘다 못해 살벌할 정도다. 앞으로 2016년 4월 총선까지 당분간 큰 선거가 없다. 여야는 모두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고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로지 민심을 받들고 제대로 된 정치의 복원을 모색해 민생을 살려야 한다. 차기 총선과 대선은 지금까지 여야가 보여준 뺄셈 정치가 아닌 덧셈 정치 경쟁에서 누가 잘했는지에 따라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