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모습.

국정감사가 한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1년간 진행한 업무의 잘못을 감독하는 국정감사는 원래 매년 10월 열렸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8월말부터 9월초까지 1차 국정감사가 열리고, 10월초에 2차 국정감사가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달 내내 진행되는 국정감사로 정부의 행정공백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기를 나눈 것입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분리형 국정감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상임위별로 국정감사 일정이 속속 확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 일정이 확정되면서 국감을 받는 피감기관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감을 받는 시기에 따라 어떤 기관은 웃음 짓고 있는가 하면, 어떤 기관은 한숨부터 내쉬는 모습입니다.

피감기관의 표정을 결정짓는 건 국감을 받는 시기입니다. 국감을 먼저 받는 기관은 웃음 짓고, 반면에 늦게 받는 기관은 한숨을 쉬는 겁니다. 그런데 국감을 받는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는 힘 있는 기관들이 국감을 일찍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정부나 국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공기관들이 먼저 국감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앞 부분에 배정을 받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형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 일정을 봐도 대형 공공기관들이 앞부분에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업위 1차 국감은 8월 26일 시작하는데 첫날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들이 국감을 받습니다. 한전은 국내 최대 공공기관 중 하나로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통제에 애를 먹을 정도로 힘이 센 곳입니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숙제를 오래 미룰 것 없이 첫날 국감을 받고 깔끔하게 퇴장할 수 있습니다. 전국 산업단지 관리를 총괄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8월 27일에 국감을 받고, 원전마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들은 8월 29일 국감을 받습니다. 이들 기관은 1차 국감의 앞부분에 배치돼 의원실의 질의 공세에서 아무래도 일찍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표준협회,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에너지관리공단 등 규모가 작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공공기관들은 9월 초에 국감을 받습니다. 국감을 준비하는 기간이 더 길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거죠. 1차 국감 뒤쪽에 일정을 받은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어차피 의원실에서 질의를 보내는 시기는 일정에 상관없이 비슷한데 앞쪽에 국감일정을 배치받은 기관들은 일주일이라도 먼저 국감을 끝낼 수 있다”며 “뒤쪽에 배치 받은 기관들은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질의가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국감 준비에 공공기관 본사 인력의 상당수가 배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닌거죠.

국회 관계자들도 이런 관행을 인정합니다. 전통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많이 몰려 있는 기관들부터 순서대로 국감 일정을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산자위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분리 국감이 실시되면서 다소 변화가 생겼지만 예산이나 인력이 몰려 권한을 많이 가진 기관부터 국감을 하는 것은 변화가 없다”며 “이번 국감에서도 1차 국감에선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힘 있는 에너지 공공기관부터 일정이 시작되고, 2차 국감에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첫 피감기관”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면으로 국감을 받는 기관도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들은 서면감사를 받는 기관이 해당 상임위에서 가장 힘이 없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합니다. 영향력이 낮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다 보니 서면으로 대체하게 되는 거죠. 산자위의 경우에는 한전KDN, 기초전력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전략물자관리원 등이 서면으로 국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