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타이젠은 어떤 운영체제(OS)일까. 또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OS 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이젠 이전의 OS 플랫폼 역사도 함께 눈여겨봐야 한다.

◆ 안드로이드 대항마 ‘타이젠’

2011년 9월 리눅스재단은 모바일OS 양대산맥이었던 iOS와 안드로이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3의 OS인 타이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곧바로 인텔과 삼성전자가 함께 하겠다고 나섰다. 뒤를 이어 NEC, SK텔레콤, NTT도코모, 보다폰 등 통신업체도 타이젠 개발을 거들었다. 안드로이드로 구글에 종속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셈이었다.

타이젠은 리눅스재단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타이젠연합이 개발과 퍼블리싱을 맡는다. 타이젠연합은 삼성전자 외에도 인텔, 화웨이, NTT도코모 등 12개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리눅스재단은 2007년 오픈소스인 리눅스 OS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회원사 및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 자원을 감독하면서 리눅스 발전과 보호를 위해 운영된다.

타이젠은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모바일 OS인 리모(LiMo)와 미고(MeeGo)에 뿌리를 두고 있다.

리모 OS는 개방형 리눅스 기반으로, 2007년 1월 삼성전자가 LG전자, NEC, 보다폰 등과 함께 회원사로 참여해 설립한 리모 재단을 통해 개발이 시작됐다. 개발 주체가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았고, 소스코드를 회원사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다만, 회원사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회원 내 확실한 리더가 부재했다는 점, 생태계가 취약했다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미고의 경우 인텔과 노키아가 각각 모블린(Moblin)과 마에모(Maemo)로 별도 개발하던 모바일 OS의 통합 프로젝트였다. 인텔은 OS를 구현할 수 있는 단말 제조사가 동반자로 필요했던 것인데, 노키아가 2011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MS)이 윈도폰 OS를 채택함에 따라 미고는 1년 만에 와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노키아를 대체할 다른 단말 제조사 파트너가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주요 사업자이지만, 멀티 OS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자연스럽게 타이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 독자 OS 포기하고 타이젠 핵심으로 들어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타이젠에 앞서 독자 OS ‘바다(bada)’를 준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휴대전화 업계는 2007년 출시된 아이폰으로 큰 쇼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극비리에 바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다는 이 세상 모든 휴대전화 개발자와용전자들이 쓰는, 그래서 결국은 넓은 바다와 같은 운영체제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12월 바다를 공개하고,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음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는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S8500)를 선보인 데 이어 5월부터 유럽에서 출시했다.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도우미들이 삼성 독자 OS인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가운데) 등 다양한 휴대전화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 생산할 스마트폰 OS 비중을 안드로이드 50%, 바다 30%, 윈도 모바일 등 기타 20%로 설정하는 등 바다 스마트폰 판매 목표량을 600만대로 제시했다. 실제 판매량은 500만대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트폰과의 차별화를 위해 중저가 모델로 포지셔닝을 했는데, 안드로이드 보급형 단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삼성전자는 바다 2.0을 공개했고, 9월 이를 탑재한 ‘웨이브3’를 선보였다. 그 다음해인 2012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바다 3.0부터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로 스마트TV에 바다 OS를 적용하기 어렵게 되자 자체 OS 개발을 포기하고 바다와 타이젠 통합을 추진하게 된다.

바다 OS를 잘 아는 한 개발자는 “바다는 짧은 시간에 개발됐다 보니 기능이 많이 부족했고, 스피커와 마이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버그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기술적인 부분 외에 앱 장터나 제조사 선정 등에서 굉장히 폐쇄적인 정책 탓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다 생태계는 타이젠 생태계에 그대로 융합됐다. 삼성전자 내 바다 관련 업무를 맡던 조직도 타이젠 조직으로 재편됐다. 자체 생태계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실패 경험과 노하우도 함께 가져간 것이다.

◆ 개방성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 타이젠

타이젠은 ‘웹 기반’ ‘다양한 디바이스와 호환’ ‘개방성’이란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다.

① 최신 웹 표준 HTML5 지원

타이젠은 HTML5, CSS5 등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표준 웹 기술을 최대한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HTML5 호환성 테스트 측정 사이트 html5테스트닷컴에 따르면, 타이젠은 500점 만점에 492점으로 다른 브라우저 대비 가장 높은 호환성 점수를 받고 있다. 기존의 앱 뿐 아니라 웹 앱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웹 앱이란 앱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존 앱과 비교해 속도가 아직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② 모바일 넘어 TV, 자동차까지…IoT 시대 노린 플랫폼

타이젠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VI), 냉장고, 에어컨,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8월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타이젠을 단순히 안드로이드 대안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것은 오해”라며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카메라 등 IT 기기간 컨버전스(융합)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바이오 산업, 은행 등 전혀 다른 업계와의 컨버전스도 매우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③ 안드로이드보다 더 개방

타이젠의 최대 장점은 개방성이다. 타이젠은 다양한 오픈소스 및 직접 개발된 코드로 이뤄져 있다. 타이젠의 소스코드는 모두 공개돼 있다. 누구나 타이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라이선스를 준수한다면 소스코드를 수정 후 재배포할 수 있다. 타이젠을 도입한 회사들이 각자 사정에 맞게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빼는 등 수정 작업이 편리하다는 뜻이다.

iOS의 경우 애플이 OS와 하드웨어를 모두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는 타이젠처럼 개방형 오픈소스이기는 하지만, 정책면에서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다.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을 아는 한 앱 개발자는 “안드로이드는 다른 개발사가 소스코드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구글이 기기에 맞춰 바꿔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