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다음 달 4일 발표하는 '비전 및 7대 정책 과제'에 지상파의 오랜 요구 사항이 집중적으로 반영되면서 3기 방통위가 전체 방송산업 발전이 아닌 '지상파 방송 발전'만을 위한 정책 기조를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3기 방통위 7대 정책 과제로 지상파 광고 총량제, 지상파 다(多)채널(MMS·Multi Mode Service), 지상파 중간 광고 등 '지상파 3대 숙원 사업'이라고 할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 총량제는 '허용', MMS는 '실시 검토', 중간 광고는 '방안 논의'로 정책 추진 강도에는 차이를 두고 있지만 모두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은 분명하다.

3기 방통위가 허용 방침을 정한 광고 총량제는 현행 1시간에 토막 광고(3분), 프로그램 광고(6분), 자막 광고(40초) 등으로 유형별 광고 시간 제한을 풀고, 어떤 광고든지 상관없이 1시간에 10분(최대 12분)으로 전체 광고 시간만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는 인기가 없는 광고는 판매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지상파의 평균 광고 시간은 시간당 8분~8분 20초이다. 광고 총량제가 허용되면 인기 있는 광고만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지상파 광고 시간이 지금보다 시간당 2~4분까지 늘어나 광고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방송업계에서는 광고 총량제를 허용하면 지상파가 연간 수입 약 1000억원을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지상파 MMS는 압축 기술을 이용해 기존 1개 채널을 내보내던 주파수 대역에 2~4개 채널을 내보내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기존 KBS1 채널만 내보내던 주파수에서 KBS1·KBS프라임·KBS드라마·KBS스포츠 등의 채널을 지상파로 한꺼번에 내보낼 수 있게 된다. 방통위는 내년부터 '무료 방송'에 한해 MMS 실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채널이 늘어나는 만큼 지상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간 광고는 방송 중 프로그램을 끊고 광고를 삽입하는 것으로, 시청권 침해 우려가 크고 방송 시장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그동안 지상파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이번 3기 방통위의 정책 과제에 느닷없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유료 방송 PP(프로그램 공급사) 관계자는 "지상파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유료 방송의 광고가 지상파로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며 "중소 유료 방송 사업자를 죽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는 현재도 국내 전체 방송 광고의 70%가량(계열 케이블 방송사 포함)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케이블TV 및 IPTV 사업자들로부터 받는 재송신료와 VOD(주문형 비디오) 판매 수익 등으로 6640억원(2013년 기준)에 이르는 수입을 별도로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기 방통위가 '지상파 요구 3종 세트'를 모두 해결해줄 경우 가뜩이나 지상파 쏠림 현상이 강한 국내 방송 시장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IT정책전문대학원장)는 "시청권 훼손이 우려되는 광고 관련 제도를 바꾸는 것은 자칫 지상파의 독과점을 강화시킬 수 있으므로 다른 매체와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