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조선·플랜트 업체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어닝 쇼크(기대치보다 실적이 나쁘게 나오는 것)를 기록했다. 공사손실충당금 등으로 1조103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적 악화에 주가가 급락하자 언제까지 부진이 계속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증권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비조선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 이후에야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전날에 비해 9.5% 하락한 15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부진한 실적에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날 종가는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작년말(25만7000원)과 비교하면 41% 가량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이날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2분기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은 저가성 수주물량 비중 증가와 공사손실충당금이었다. 저가에 수주한 물량 비중이 늘어나며 매출액이 감소했고, 조선부문 및 비조선 부문에서 공사 기일이 지연된 것과 관련한 충당금을 반영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밝힌 충당금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미리 비용을 처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 지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으로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한 3분기부터는 적자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영진은 해양 및 해외플랜트 부문의 공정지연과 비용 증가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며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2 분기에 마무리된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3 분기 영업이익은 1140억원으로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에 대규모 충당금과 설계변경 비용 선반영으로 손실이 컸으나, 3분기엔 충당금 대거 축소 등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실적 불확실성은 2분기 이후 크게 사라질 것이고, 8월 이후 수주 회복기에 경쟁우위를 유지할 것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3분기 이후에도 적자가 지속돼 주가가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저수익 플랜트 현장인 ‘제다’와 ‘슈케이크’의 완공이 2017년, 2018년이라는 점에서 흑자전환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점매수(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나 빅배스(big-bath·잠재 부실 털어내기)에 대한 기대를 갖기엔 시기상조”라며 “조선, 해양, 플랜트 3대 주력사업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으로, 2분기 이후에도 사업부문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