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B2B개발팀장 전무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녹스 2.0'을 공개하는 모습.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기업간거래(B2B)를 통해 스마트폰 수요 확대에 나섰다. 일반 소비자만으로는 더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기업들이 턱밑까지 쫓아오면서 위기감까지 더해진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2.0’을 앞세워 B2B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고 있다.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미국 국방부로부터 작년 5월 보안 인증을 얻은 데 이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해군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에 삼성 갤럭S2와 갤럭시S3 5000대를 공급하기도 했다.

영국에선 올해 10억달러(약 1조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레이엄 렁 삼성전자 영국 법인 상무는 “이는 최소한의 예상치이며 이미 7월 현재 목표를 뛰어넘은 상태다”며 “영업 부서에서 400여개의 상위 기업과 적극적인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삼성전자의 B2B 확대 노력이 올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17%였던 B2B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9%까지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애플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카날리스 수석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B2B에 성장 동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B2B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라이벌 애플도 뒤늦은 삼성전자의 추격에 맞불을 놓고 있다. 애플은 이달 15일 오랜 앙숙이었던 IBM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올 가을쯤 ‘iOS용 IBM 모바일퍼스트’라는 이름의 업무용 앱(응용프로그램) 패키지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은행·여행·통신 등 다양한 앱과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된다. 애플이 제품 기능의 강화에 나선 까닭은 기업이 중요한 판매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98%가 직원용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택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도이체방크는 2만대, 지멘스는 3만대의 아이폰을 직원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B2B에 힘을 모으는 또다른 이유로는 최근 중국 기업의 약진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25.2%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포인트 줄었다. 애플 역시 2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점유율이 13.0%에서 11.9%로 1.1%포인트 내렸다. 모두 중국의 화웨이와 레노버에 점유율을 빼앗긴 결과다. 세계 3위를 기록한 화웨이만해도 2분기에 20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1년전보다 판매대수가 990만대(95.1%) 늘었고, 시장점유율도 4.3%에서 6.9%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