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은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세계 1위를 자랑하지만,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하드웨어 경쟁력마저 위태위태하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다 기술력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추격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삼성전자가 타이젠이라는 불씨를 살려 놓았다.
삼성전자는 왜 타이젠이라는 OS 개발과 확산에 매달리는가. 타이젠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략은 무엇인지 타이젠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편집자주]

#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갤럭시기어2가 아니라 기어2를 차고 나왔다. 순간 장내는 놀라움의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기기에 ‘갤럭시’란 이름을 붙이는데, 최신 스마트워치인 기어2에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타이젠을 사용하면서 갤럭시를 떼어 버린 것이다.

타이젠은 구글·애플이 양분한 모바일OS 시장에 도전하는 제3의 운영 체제다. 삼성은 2012년 1월 미국 인텔, 중국 화웨이, 일본 NTT도코모, 프랑스 오랑주텔레콤 등 12개사와 함께 '타이젠 연합'을 결성했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 핏'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전격 탑재한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가 누구인가. 구글의 제1파트너로 애플 아이폰에 대항해 안드로이드 진영을 키워온 주인공이다.

그런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걷어내고 타이젠을 탑재하기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워낙 탄탄한데다 타이젠을 탑재한 제품이 실패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타이젠을 슬쩍 얹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가 기어2에 타이젠을 사용한 것을 두고 한편에서는 차세대 OS 전략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소프트웨어에 삼성전자가 왜 굳이 안드로이드(구글)과 iOS(애플)이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는 OS 시장에서 새로운 OS를 채택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올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타이젠 점유율은 0.34%로 1%도 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젠 생태계가 빈약한 탓에 관련 제품화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72.5%)나 iOS(15.0%)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갈 경우 타이젠 점유율은 2018년이 돼도 2.3%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인력에 1000여명을 투입하고, 1년에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타이젠 키우기에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콘퍼런스(TDC 2014)에 다녀온 개발자와 삼성전자 내부 개발자에 따르면, 타이젠을 제품화하는 모바일 부서는 물론, 가전사업부에서도 타이젠 OS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한다.

최종덕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부센터장(부사장)은 “타이젠은 프로젝트 시작 시점부터 모바일, TV,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다양한 기기간 컨버전스(융합) 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쓸 OS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OS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같은 가전제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에 적용하려고 하는데 구글이 다른 부문에서는 오픈소스 정책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자체 OS로 이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타이젠 앱 개발자는 “타이젠을 스마트워치에 맞게 소스코드를 바꿔 적용하니, 기존에 배터리가 빨리 닳던 문제가 개선됐고, 무엇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타이젠이 제품화 되면서 자체 OS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삼성전자가 기어2를 내놓은 것은 시기적으로 구글이 스마트워치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내놓기 전이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구글과의 관계에서 적합한 시점이었다는 자평이 나왔다.

다만, 구글은 내심 불쾌해 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미국 아이다호주(州)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컴퍼니 콘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웨어'에 집중하지 않는 점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