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어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아파트 구매 문의가 20%가량 늘었어요." (서울 잠실의 J부동산중개소 사장)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규제 완화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어내면서 주택 시장에 온기(溫氣)가 퍼지고 있다. 지난 2월 임대소득 과세(課稅) 방침 이후 꿈쩍도 않던 아파트 매매가 급매물 위주로 하나둘씩 이뤄지고 집주인들도 호가(呼價)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거래는 집값에 비해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활발한 모습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S부동산공인 직원은 "전세금이 집값의 70% 수준까지 오른 데다 집값이 더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자 세입자들이 집을 사겠다고 문의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는 소형 주택 중심으로 1000만~2000만원씩 호가가 오르고 매물을 찾는 상담도 많아졌다"며 "다만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다"고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000~3000건씩 계약이 이뤄지던 서울의 7월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5127건(28일 기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번 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아파트 965채가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245건)보다 4배 가까이 많아졌다.

아파트 값도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지난 한 주간 0.02% 오르며 3주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LTV·DTI 규제가 풀리고 금리 인하 발표까지 이어질 경우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주택 거래가 전반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로 조금씩 살아나는 투자 심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분당신도시의 K부동산공인 직원은 "분당은 올해 초 수직 증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10% 이상 오른 데다 이번에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면서 그동안 시장에 쌓여 있던 심리적 불안이 상당히 해소된 것 같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정책적 효과를 보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