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피가 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2060선을 시원하게 돌파하자 '최경환 훈풍'이 오랫동안 한국 증시를 억눌러온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악몽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 부진했던 중국 경제의 부활 조짐,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진 펀드 환매 압박 등 '3중 엔진'을 장착한 한국 증시가 확실한 박스권 탈출을 향한 상승세를 이어가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는 2228.9(2011년 5월 2일)였다.

2060선 돌파를 앞장서 이끈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해 쌍수 들고 환영하는 외국인들이다. 대신증권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배당 수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정부가 배당 확대 정책을 이어간다면 이 자금은 계속 한국 증시에 남아 증시를 받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해 동안 투자자들을 답답하게 했던 중국 증시가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대도시의 외지인 부동산 매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이른바 '미니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힘입어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4일 3개월여 만에 2100선을 넘어섰고 28~29일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을 때마다 쏟아져 나오던 펀드 환매 물량에 대한 부담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 잔액은 61조원 정도로 '펀드의 저점'이라 여겨지는 2011년 초의 약 60조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영증권 김재홍 자산전략팀장은 "펀드를 팔 사람은 이미 많이 팔았다는 뜻"이라며 "예전처럼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져나오며 증시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나라 안팎의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까지 내릴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증시로 흘러들면서 한국 증시가 3년 넘게 이어져 온 코스피 2000선 안팎의 박스권을 확실하게 벗어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신동석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상 같은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단기적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배당 확대와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한국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낙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