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형 소형차‘쏠라리스’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상처뿐인 영광을 안았다. 러시아 진출 이후 처음으로 올 6월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작 루블화 가치가 하락(원화 강세)한 탓에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1등을 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러시아 시장에서 18만4000여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한 수치다. 다만 러시아 시장 전체 차량 판매량이 작년보다 7.8% 줄었고, 경쟁 업체인 르노-닛산-아브토바즈의 판매량이 5.9%, 폴크스바겐이 8.5%, 제너럴모터스(GM)이 17.5%, 포드가 38.7%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선전한 것이다.

특히 6월의 경우 3만4000여대의 차량을 팔아 러시아 시장에서 16.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는 15.1%의 점유율을 기록한 현지 업체 아브토바즈를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업체의 판매량과 점유율 추이.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판매 법인은 정작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 러시아 판매 법인은 각각 234억원과 23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러시아 판매 법인은 국내와 체코 등에서 생산된 차량을 판매하는데, 상반기 루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같은 대수를 팔아도 이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돌아오는 수익은 줄어든다.

연초 러시아 루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31.86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3월 말에는 29.83원까지 떨어졌고, 6월 말에는 다시 29.79원까지 떨어졌다. 6개월 만에 6.95%나 하락한 셈이다. 지난 4월 28일에는 한때 루블화 환율이 28.71원까지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대되고,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루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현대·기아차 러시아 법인이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에 대한 원화 환율 추이.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이달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과 러시아 루블화 약세 등이 겹치면서 2분기 실적이 악화됐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돼 경영 환경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환율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러시아 시장의 경우 현재 수익성을 확보하기 대단히 어려운 시장”이라며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에서 현지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 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