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진단으로 보험금 500만원을 받은 김모씨의 보험증권. 통상 보험금 지급한도를 뜻하는 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명시돼 있지만, 약관에는 50% 또는 25%만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동부화재의 '새천년안심보험'에 가입했던 김모(가명·59)씨는 가입시점 4년이 지난 뒤 뇌졸중 진단을 받아 보험사에 보험금지급을 요구했다. 뇌졸중 특약 보험증권에는 '보험가입금액 1000만원'으로 명시돼 있어 당연히 10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지급된 보험금은 그 절반인 500만원에 그쳤다. 동부화재는 보험약관을 근거로 들며 보험가입금액의 50%(가입 시점 6개월 이후) 또는 25%(6개월 이전)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회사나 설계사로부터 보험가입금액의 절반 또는 25%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보험증권에 나와 있는 가입금액을 최대 보험금 정도로만 생각했지, 누가 깨알 같은 글씨로 수십장 넘게 작성된 약관을 일일이 확인하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가 과거에 판매했던 한 상품이 불완전판매 도마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상품은 2000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판매된 보장성 상품 '새천년안심보험'이다.

이 상품에는 '뇌졸중 진단(중풍)' 자금을 지급하는 특약이 있고, 그 특약 보험증서상 보험가입금액은 100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보험업계에서 보험가입금액은 보험금 지급액 최고한도로 통용된다. 그러나 약관에는 가입금액의 50%, 또는 25%만 지급하도록 제한해 놓고 있다. 100%를 보장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실제 보장수준이 절반도 안된다는 것을 가입자가 나중에 알게 됐더라면 다들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에서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을 명시할 순 있겠지만 보험가입금액의 일부만 지급할 수 밖에 없게 약관을 설계한 것은 고객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부화재가 2000년대 초반에 판매한 새천년안심보험의 보험약관. 뇌졸중 진단자금을 보험가입금액의 50%또는 25%만 지급하도록 돼 있을 뿐, 100% 지급하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현재 동부화재가 보유중인 이 상품의 계약 건수는 7500건으로 그 중 97%가 이 특약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액수로 환산했을 때 최소 300억원대, 많게는 500억원대의 보험금이 불완전판매된 셈이다. 이미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를 더하면 불완전판매 금액이 더 커진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오래된 계약이다보니 현재로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쉽지가 않다"며 "조사 후 문제가 있다면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 계약에 대해선 보험사가 주기적으로 가입자에 안내장을 제공해 기존 계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상품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일반 소비자들은 보험증권에 나온 내용을 보고 '내가 얼마를 받겠구나' 생각할 뿐 더러 실제 보험사에서 최근에 판매한 보험상품의 증권이나 약관을 보더라도 증권에 기입된 가입금액을 100% 보장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며 "금감원이 다른 피해가 더 없는지 정확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