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된 삼성전자 컴퓨터를 갖고 계신 분을 찾습니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지난 1년간 수 많은 벽을 만나야 했다. 개인용컴퓨터(PC)가 처음 보급된 1980년대 생산된 컴퓨터를 찾아 전 세계를 헤매 다녔지만 헛걸음하기 일쑤였다. 1980~1990년대를 주름 잡던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금성사, 삼보컴퓨터의 286과 386컴퓨터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최 관장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서슴없이 낡은 컴퓨터를 수소문하는 습관이 생긴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이 27일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달 27일 개관 1년을 맞은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만난 최 관장은 “1년간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전시품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수집에 나서고 있지만 뜻대로 쉽지 않다는 것.

최 관장은 “여러분의 도움으로 약 5500점의 전시품을 확보했지만 1980년대 말 초창기 국내 컴퓨터를 찾기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기증과 기탁을 받는 등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박물관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난해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아시아에 문을 연 컴퓨터 박물관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유일하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전경.

처음 문을 열 당시 4000여점에 불과했던 소장품은 1년새 5500여점으로 늘었다. 최 관장을 비롯해 박물관 직원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발품을 팔며 찾아낸 결과물이다. 특히 이 가운데 300여점은 이종원 KOG 대표 등 여러 업계 전문가, 관람객들의 기증과 기탁으로 확보했다.

“미국 컴퓨터히스토리뮤지엄 등 해외 유명 박물관은 전시품을 한번도 사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에서부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등 개인들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단체들이 기증하는 전시품만해도 벅차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박물관은 전시보다는 수집·연구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 관장은 “개관 1년을 맞았지만 미래와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전시품으로 채워질 것이며, 그렇게 쌓이면 전시회와 박물관이 모두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3층 전시실의 모습

박물관은 제주도의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섬의 새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총 11만명의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특히 제주도민들과 학생들의 방문이 많았다. 평일 관람객의 60~70%는 제주도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차지한다. 박물관은 또 제주대와 제주한라대, 제주관광대, 제주고, 제주여상 등과 함께 실습교육, 인턴십, 자원봉사 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엔엑스씨엘(NXCL)의 직원 90% 가 제주 출신들로 이뤄진 것도 눈에 띈다.

최 관장은 “제주도에 수많은 박물관, 체험관 등이 있지만 제주도민이 돈을 내고 관람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제주도민들이 즐기고 함께 만들어가는 장소로, 향후 네오플이 제주도로 내려오면 아카데미 등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최근 야심 찬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순간’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넥슨이 추진하는 두번째 디지털아카이빙 사업. 국내 게임, 컴퓨터를 망라하는 IT현대사 아카이빙을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바람의 나라 복원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게임의 역사적 보존과 연구의 필요성과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 관장은 “1980~1990년대 급격한 산업발전에 따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순간이 찰라의 순간처럼 지나갔다”며 “게임 등 IT산업발전 과정에서 전길남 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고 이들의 육성과 이야기, 자료를 집대성하는 책과 아카이빙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관장은 이화여대 사범대학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서양화로 석사를, 또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 관장은 2011년 넥슨의 박물관 개관 태스크포스(TF) 때부터 함께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