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내에 짓고 있는 드림타워 공사현장(좌), 56층 초고층 빌딩 드림타워 조감도(우)

중국 자본의 잇따른 제주도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망권과 일조권 피해, 카지노 도박산업 진입 우려 등 도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발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새로 부임한 원희룡 지사가 “개발사업이 제주도의 가치와 맞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제주도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주]

23일 오전 10시 제주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5㎞ 떨어진 노형동 시내에 들어서자 큰 철제 울타리로 둘러쌓인 공사현장이 위용을 드러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1조533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지상 218m 56층 규모의 초고층빌딩 '드림타워'다. 이곳에는 호텔 908실과 콘도미니엄 1260실, 4만1572규모의 카지노와 부대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지만 대형 트럭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사현장은 인적 없이 고요했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착공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도청과 협의할 것이 남아 있어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청과의 협의만 마무리되면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시각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공사현장. 철제 울타리 끝이 안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 곳은 기초공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계 부동산 회사 란딩 국제발전유한공사는 지난 2012년 251만9627㎡(약 76만평)에 달하는 이 곳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지난 2월 중국계 카지노그룹인 겐팅 싱가포르와 합작법인인 람정제주개발을 설립, 2018년까지 2조 5600억원을 투자해 유니버설스튜디오형 월드테마파크를 비롯해 특급호텔, 컨벤션센터, 휴양형콘도미니엄 등이 갖춰진 '리조트월드 제주'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람정제주개발은 지난 5월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제주도는 허가 신청 면적이 개발사업승인 고시면적과 일부 다르다며 8월 29일까지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착공식을 계획했으나 취소됐다”며 “지금은 공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신화역사공원 공사현장. 약 76만평에 달하는 이 곳은 테마파크와 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해외 자본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자본과의 전쟁이다.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중국 투자자본의 난개발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난관에 부딪혔다.

이달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진행돼 온 국내외 투자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는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투자가 제주도의 발전을 정말 위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인지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道政) 이 출범 후 곧바로 외자 투자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명확한 기준없이 투자유치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간단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도민과 시민단체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제주도에는 현재 드림타워와 신화역사공원 외에도 분마그룹의 분마이호랜드, 흥유개발의 차이나비욘드힐, 녹지그룹의 헬스케어타운 등 중국자본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자본 중심의 제주도 내 외자 사업 진출 현황

문제는 이들 중국 자본 중심의 개발 프로젝트들이 수익성을 위해 대부분 카지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들 사이에선 무분별한 외자 진입에 따른 난개발과 시장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자본들이 카지노를 설립한 후 수익만 쫓아 계획된 투자를 이행하지 않거나 수익을 제주도에 환원하지 않을 경우 상실감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드림타워와 관련해서 제주 도심 한가운데 나홀로 세워질 초고층 빌딩이 가져올 고도문제, 주변경관 문제, 교통혼잡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지훈 제주시장은 드림타워가 ‘한라산의 스카이라인을 망치는 대표적인 흉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초대형 카지노 계획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 녹지그룹이 제출한 건축허가 변경계획에 의하면 카지노와 부대시설이 포함된 시설규모는 4만1572㎡다. 이는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8곳의 카지노를 다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도민들은 드림타워가 ‘도박타워’라며 우려하고 있다.

겐팅그룹과 란딩그룹이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조감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제주도내 일반도민 1000명과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드림타워 사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도민과 전문가들 대부분이 드림타워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도민의 86.7%는 ‘드림타워 건축허가 승인과정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13.3%에 불과했다.

특히 ‘드림타워 호텔에 대한 원점 재검토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도민들은 ‘도 차원의 진상조사’(48.2%)를 가장 많이 제시했다. 이어 ‘검찰 등 사법기관에 수사의뢰’(29.1%), ‘감사위원회 감사 실시’(28.4%), ‘도의회 행정사무 조사 실시’(12.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이 제주도의 미래가치에서 봤을 때 과연 합당한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