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내려간 저금리 시대, 강남 큰손들의 투자 트렌드도 ‘수익 내기’에서 ‘자산 지키기’로 바뀌고 있다.

27일 강남 지역 주요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요즘 자산가들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전통적인 투자기법보다는 시장 상황이 변해도 연 6~7%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위험을 지면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대신, 정기예금의 서너배 수준 수익을 목표로 하면서 가진 자산을 지키는 수성(守城)형 투자가 대세라는 뜻이다.

◆ 주가 내려도 일정 수익 거두는 ELS·ELT 인기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신탁(ELT) 등 주가연계 파생상품은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가나 지수가 하락하거나 조정장일 경우에도 조건에 따라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엔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일정 범위 안에서 지수가 오르내리는 것)에 머무르면서 지수형 ELS·ETF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 강남 PB센터의 김현규 PB 부장은 "최근 자산가들은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ELS, ELT처럼 조건에 따라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연 5~8%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PB팀장도 "고액의 자금을 가진 자산가일수록 투자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지키는 전략을 선호한다”며 “정기예금의 서너배 수준인 연 6~7%대 수익을 목표로 하면서 3개월, 6개월 단위의 특정금전신탁(MMT)을 통해 투자하는 자산가가 많다"고 했다.

◆ 최경환號 경기부양책 기대…배당주 공모주 펀드에 관심

최근에는 배당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최경환 경제팀이 기업의 배당과 임금 확대를 유도해 가계의 소득을 높여 소비 진작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 지점장은 "그동안 대형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지만, 향후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과 배당 늘리기 정책에 힘입어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기대로 공모주 펀드에 들어가는 자금도 늘고 있다. 김 지점장은 "삼성SDS 등 IPO 계획을 발표한 회사에 대한 기대로 공모주 사모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외환시장에 대한 투자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하나은행 김현규 부장은 “개인은 물론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외환시장”이라며 “소수의 자산가가 통화 분산 차원에서 달러화·유로화 등으로 역외펀드에 투자할 뿐, 해외 거주·유학생 자녀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외화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