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본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은 주는 게 맞지만, CIO 본인의 스타일대로 펀드 매니저를 이끌고 가려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개별 펀드의 운용역으로서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운용본부장(CIO)은 펀드 매니저의 든든한 조력자 또는 동반자, 협력자가 되야지 걸림돌이 되서는 안됩니다. 평소 운용역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편이고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회의할 때 계급장 떼고 이야기 하자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만난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CIO(상무)는 좋은 성과를 내는 비결로 시너지를 거듭 강조했다. 펀드 매니저 마다 주식시장을 보는 생각과 운용 스타일이 다르지만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CIO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런 철학은 오랫동안 펀드 매니저로 일해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상무는 지난 3월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제일투신, CJ자산운용, ING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TB자산운용을 거쳤다. CJ지주회사플러스펀드, 1억만들기 적립식펀드 등 수조원대의 자금이 들어오며 인기를 끌었던 공모 펀드를 운용한 경력이 있다.

그는 "기본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은 주는 게 맞지만, CIO 본인의 스타일대로 펀드 매니저를 이끌고 가려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개별 펀드의 운용역으로서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다양한 인력 구성이 강점"

삼성운용과 다른 대형사와의 차이를 묻자, 이 전무는 주식 운용역의 나이가 다양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가 총괄하고 있는 그로스(Growth)주식운용본부에는 총 6명의 운용역이 있는데 3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

이 상무는 "주식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제 갓 업계에 뛰어든 젊은 사람과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편견이 없기 때문에 변하는 주식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는 능력이 있지만, 경험이 부족해 단기적인 시각을 제시하거나 주가에 거품이 꼈는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게 오랜 경력의 시니어들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서로 의견을 나눌 때는 나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력이 오래됐고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고 해서 투자를 무조건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계급장을 떼고 서로 소홀했거나 놓친 부분이 없는 지 체크하는 과정에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에는 11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 10~15년 경력의 시니어들로 다른 운용사에 비해 40대가 많은 편이다. 이 상무는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분석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의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또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펀드 매니저로 성장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업종·종목 찾는다"

이 상무는 "작년에는 100원을 벌었는데 올해는 100원을 손실 보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100~150원의 이익을 2~3년 간 안정적으로 벌 것 같은 회사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만한 업종과 종목을 찾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업종은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 수요는 그만큼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를 냈다"면서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빅 3 업체만 남았고, 구조적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의 업종 자체가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성장할 만한 산업을 찾기 위해선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대형 할인매장에 가서 묶음 상품을 구입했지만 이제는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편의점에서 조금씩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들이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데도 시대가 변하면서 수혜를 보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트렌드 변화를 민첩하게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 내에서는 당장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보다는 일정 수준의 이익이 꾸준히 나는 기업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작년에는 100원을 벌었는데 올해는 100원을 손실 보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100~150원의 이익을 2~3년 간 안정적으로 벌 것 같은 회사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 "하반기 건설·은행주 좋을 것…정유·엔터주는 우려"

하반기에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이 상무는 건설, 은행을 꼽았다. 그는 "2010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해외에서 저가수주를 했던 것이 실적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면서 "다만 최근 정부가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최악의 국면은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은행주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주 긍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더이상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반면 그동안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던 일부 카지노, 엔터 관련주는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종은 실적 부진으로 주요 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상무는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는 데 따른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증시의 악재였던 중국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배당 확대를 통한 증시 활성화 정책인데,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 투자를 꺼리는 요인을 일부 해소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