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별을 보기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불린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곳에 천체 관측소를 세웠다.

다들 잠에 못 들고 뒤척인다. 건조한 공기가 잠을 방해한다. 8명이 함께 누운 호스텔 방 여기저기서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칠레 아타카마의 밤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일 년 중에 비 오는 날이 3일 정도 된단다. 정말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일 년 내내 맑은 하늘이 계속되니, 별 보기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여러 나라에서 이곳에 천문관측소를 세웠다.

아내가 이곳에 가자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뭐 특별한 게 있겠어? 별이야 어디서나 다 보이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일 년 내내 하늘이 맑다는 것은 일 년 내내 별을 보는 사람들한테나 좋은 거지,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아내에게 이끌려 별 보기 투어 버스에 올랐다. 밤 10시쯤 마을을 떠나, 한참 뒤 우리는 사막 한 복판에 내렸다. 우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새 나왔다. 사방 온천지가 별이다. 머리 위로 별이 무리지은 띠가 지나간다. 은하수다. 조금 과장하면, 은하수가 만든 그림자가 바닥에 보인다.

사막 한 가운데에 소금 호수가 있다. 염도가 높아 몸이 저절로 물 위에 뜬다. 수영을 하고 나오면 온 몸에 소금이 말라 붙는다. 이날 흔치 않게 구름이 몰려왔다. 덕분에 멋진 사막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작은 관측소를 운영하는 아마추어 천문가가 나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여기 보이는 별 중에서 이름을 아는 게 있냐고. 군데군데 사람들 입에서 몇 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다 듣고 난 그가 하나를 추가했다.

‘지구’. 바로 그 별 위에 우리가 서 있다고, 그가 말했다. 지구가 우주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실 그 다음 이야기부터는 귀에 익은 것들이었다. 그의 이야기보다 별이 좋았다. 별들이 차례로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로이도 이 곳으로 온 것일까? 로이가 누구냐고? 우리는 이런 땅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인물을 한 명 만났다. 우리가 묵게 된 호스텔을 보며,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하고 있을 때였다.

호스텔 건물로 말하자면, 벽돌을 쌓고 나뭇가지를 엮어서 지붕을 올린, 그야말로 수제(手製) 건물이었다. 비가 안 오니 이렇게 지어도 충분한가 보다. 방안에 쌓이는 모래는 아무리 쓸어내도 끝이 없었다.

로이는 캐나다 사람이다. 세계를 떠돌고 있는 그는 "난 아직 정착할 때가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날도 로이는 뒤뜰에 뭔가를 짓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리긴 했지만 백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데, 그가 먼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그는 캐나다인으로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칠레에 1년 정도 있을 계획인데, 이 호스텔 주인과 친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그 대가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 중에 목공 얘기가 자주 나왔다.

“목공은 아주 멋진 일이야. 체스 게임과도 같지. 다섯 수쯤은 미리 내다봐야 하거든. 논리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작업이야.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 여행은 내게 그런 경험을 주거든. 그래서 난 여행을 좋아해.”

로이는 자기가 만든 것들을 보여주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문에 물고기 모양의 조각이 붙어 있었다. “이게 바로 나야. 난 ‘사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너무 똑같이 사는 거 같지 않아?”

아타카마 사막 입구의 마을 모습. 많은 관광객이 찾는 깔끔한 동네다.

집짓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나도 언젠가 내손으로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가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짓고 싶은 집의 그림이 있어? 나한테 보여줘 봐. 나도 내 집의 그림이 있는데. 아주 독특하지. 문과 창문은 원형이야. 마치 호빗의 집 같을 거야.”

“그 집은 언제 지을 건데?” 내 질문에 그가 이렇게 답했다.

“글쎄, 내가 지금 59살이긴 한데, 난 아직은 정착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직 정착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캐나다인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칠레를 꼽았다. 앞으로 한참 더 세상을 떠돌겠군. 맘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한 말 중에 ‘사적인 것’이라는 단어가 내 머리 속에 남았다. 모두가 똑같이 사는 세상, 남들의 상상력에 휘둘리는 세상에서 그것은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적인 것’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파블로 네루다의 집은 수도 산티아고와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 그리고 발파라이소에서 조금 떨어진 '이슬라 네그라' 세 곳에 남아 있다. 모두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슬라 네그라의 마당에는 네루다가 어부로부터 산 배가 한 척 있다. 그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대신, 그 위 올라 앉아 술을 마셨다. 바다에 나가나 술을 마시나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유였다.

로이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부부는 그 물음에 대한 한가지 답을 발견했다. 발파라이소에서 본 파블로 네루다의 집이다.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네루다는 칠레의 바닷가 도시 발파라이소와 그 외곽에 직접 집을 지었다. 로이의 집만큼이나 독특하다. 바다를 좋아했던 그의 집은 배를 닮았다. 집무실이 마치 배의 조타실 같다. 그는 스스로 육지를 항해한다고 말했던가.

네루다는 이름 짓기를 좋아했다. 그가 좋아했던 의자에도 이름을 붙였는데, 바로 ‘구름’이다. 그는 매일 구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또 다른 취미는 수집이었다. 컬렉션이 대단했다. 수집품들로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갔나 보다. 배의 조각품, 지도, 장난감, 거기에다 조개껍데기까지.

항해에 관심이 많았던 네루다라면 별도 좋아하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그에게 선물한 천체망원경이 수집품들 사이에 있다. 그도 아타카마 사막에 가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