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상장한 철강 생산업체 화인베스틸 때문에 적지 않은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인베스틸의 시초가(첫 매매 가격)가 공모가(4700원)보다 낮은 4490원에 결정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종가는 이보다 높은 5160원에 형성됐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모주 성공 신화'가 깨질 수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24일 상장한 아진엑스텍 또한 장 중엔 공모가와 같은 7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종가는 7060원이었다.

공모주 대박이 깨지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올해 들어 '공모주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인식 하에 수많은 상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상품들은 대부분 '중위험 중수익'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판매사와 고객간 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 공모주 직접 투자 힘들어…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만 6000억 몰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상장 첫날 종가에 매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59.5%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평균 30%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공모주 대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공모 투자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로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에 이를 정도로 과열 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자는 "1000만원을 청약해도 1만~2만원 정도만 배정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최근 들어 '뜨고 있는' 것이 공모주 투자 상품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대표적이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60%를 채권에 투자하되, 공모주 공모 물량의 10%를 우선 배분받을 수 있다. 주 투자처는 채권이지만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게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홍보하는 분위기다. 이 상품은 현재 6000억원 가까이 몰렸다.

비슷한 유형의 공모주 펀드도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증권은 투자금의 70% 이상을 국고채, 통안채, 은행채 중심의 우량채권에 투자하면서도 투자금의 30%를 공모주,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BBB등급의 회사채도 편입해야 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비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공모주에 투자하는 채권형랩을 선보였다.

사모형 공모주펀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모형 공모주펀드는 공모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모주 물량을 많이 담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대우증권은 현대로템에 투자하는 사모형 공모주펀드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 공모주 부진할 경우 투자자 불만 커질듯

문제는 공모주 또한 언제든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인베스틸은 다행히 장중 공모가를 회복했지만, 전례를 봤을 때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는 적지 않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한 139개 업체 중 37개 종목이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특히 에스에프씨, 엠씨넥스, 기가레인, SBI모기지 등은 20% 넘게 밑돌았다.

한 증권사의 금융상품 설계 담당자는 "요즘 나오는 상품들의 설명서를 보다보면 공모주는 100% 성공한다고 오인될 정도"라며 "상장 주관사는 되도록이면 공모가를 낮게 잡자고 유도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성공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모주 투자가 한두개만 어긋나도 일부 펀드는 손실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판매사와 고객간 분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투자 펀드가 너무 많아져 큰 재미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연말 삼성에버랜드, 삼성SDS와 같은 대어급 상장이 예정돼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상장기업은 공모 물량이 100억원 안팎이다. 이 가운데 10%를 수천억원대 공모주펀드들이 나눠봐야 얼마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