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침 일찍 전달된 쪽지 한장은 우리투자증권 프라이빗 뱅커(PB)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요즘 흔히 쓰이는 말로 '집단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고 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이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양파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점 직원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를 놓고 한 PB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파라는 단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그 양파가 맞는 것인지 확인했다. 우리끼리도 'onion 말하는 거야?', '혹시 신상품의 닉네임 아닐까?'라고 불안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농협에 인수됐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리투자증권 사업부 등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PB가 직접 양파를 파는 행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양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주요 고객에게 양파를 무료로 증정하겠다는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양파 4100 상자를 구매했으며, 지점별로 25~70상자를 나눠줄 예정"이라며 "고객들에게 양파를 나눠주는 행사일 뿐이며, 만약 판매로 이해했다면 그것은 직원의 오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PB들이 불안해 합니다. 일부 지점에서는 지점장이 직접 '양파를 팔아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 PB는 "설령 지금은 파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간보기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경계했습니다.

우리투자증권 PB들에게까지 온 이번 행사는 농협금융이 양파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기획한 '양파 소비촉진 나눔행사'입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그 뿌리가 농업, 농촌에 있기 때문에 기획한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파 가격은 공급 급증으로 인해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농협은 이럴 때마다 행사를 기획하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협금융에 있는 직원, 금융상품을 주로 다루는 직원들은 이런 행사가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이 걱정하는, 직접 팔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얘기합니다.

농협금융의 한 직원은 "나는 보험과 카드, 적금은 물론 쌀과 오이를 팔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영업맨"이라고 농담하며 "우리투자증권 직원들도 이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다들 농협금융에 있다고 하면 '신의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각종 캠페인을 다 해야 한다"면서 "우리투자증권 직원들도 생각 외로 많은 캠페인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