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사장은 -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1973년 공직에 입문해 상공부와 산업자원부에서 무역투자실장, 차관보, 제1차관 등을 지냈다. 이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과 KOTRA 사장을 거쳐 2012년 12월부터 한전 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전력은 공기업이지만 엄연한 상장(上場)기업입니다. 공익(公益)적 성격이 강하지만 주주들의 이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흑자 경영'에 사활(死活)을 걸 것입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달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올해는 6년 만에 주주들에게 배당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전은 올 4월 주당(株當) 90원씩의 배당을 실시했다.

한전은 지난해 매출 54조원, 영업이익 2630억원, 순이익 2383억원을 각각 거뒀다. 이는 2007년 이후 6년 만에 첫 흑자 달성이다. 조 사장 취임 당시 주당 2만8650원이던 주가는 이달 21일 3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8% 오르는 동안 한전 주가는 36% 상승한 것이다.

"전기 요금을 올려서 흑자가 된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우리 스스로도 엄청나게 절감 노력을 했습니다. 임직원들이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는 각오로 각종 경비 절감에 목숨 걸고 뛰었습니다."

재무개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출장비·소모품비 등 각종 경비를 줄여 1조5000억원을 아낀 게 대표적이다. 그는 "해외 사업 지분을 정리하고, 사장 등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등 총 85억원을 반납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경남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발로 뛰는 '현장 리더십'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는 밀양 현지를 공식·비공식 등 40차례 넘게 찾아갔다. 공사 재개 등 중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밀양에 직접 내려가 마을 대표들과 속 깊은 의견을 나눴다.

"지난겨울 강추위 속에서 본사 인력 수십명이 밀양 현지에 내려가 공사를 도왔어요. 공사 과정에서 정(情)이 쌓인 직원들은 마을 주민들의 경조사에도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높인 것이 원만한 해결에 큰 힘이 됐습니다."

조 사장의 끈질긴 설득에 힘입어 한전은 반대하던 30개 마을 가운데 29개 마을과 현재 합의를 끝내고 전(全) 구간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흑자 경영' 기조를 굳히기 위해 해외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12억달러(1조2300억원)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베트남 응이손 석탄화력사업을 수주(受注)한 데 이어 이달 21일엔 베트남 롱안성에서 1200㎿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키로 현지 지방정부와 합의했다.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옵니다. 사우디전력공사는 투자뿐 아니라 컨설팅까지 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직접 투자 요구를 할 정도입니다."

그는 신사업과 관련,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한전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한전의 발전 자(子)회사들과 공동으로 2022년까지 42조5000억원을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올 11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移轉)한다. 1961년 창립 후 서울 시대를 접고 새로운 전남 나주 시대를 맞는 것이다.

조 사장은 "최근 한전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삼성동 시대를 졸업하려는 업보라고 생각한다"며 "나주 이전은 한전이 둔중했던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하게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