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이어 쌍용자동차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한국GM·쌍용차와 상황이 다르고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 수 있어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 이후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한국GM 이어 쌍용차도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 포함

쌍용자동차는 22일 노조와 진행된 제15차 임금·단체협약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사측 협상 대표인 이유일 사장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가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통상임금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통상임금이란 월급이나 시급 등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다. 퇴직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에 대한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정기성, 고정성 등의 조건이 갖춰진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을 내렸다. 이후 기업체 별로 통상임금 확대가 노사 교섭의 핵심 안건이 됐다. 회사 측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년 생산될 예정인 신차 ‘X100’의 막바지 개발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하루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을 것”이라며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이달 31일 이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협상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서문(西門)에 걸린 대형현수막. 한국GM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작년 말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비해 약 150억원의 충당금을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쌍용차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시기 등 구체적 사안을 23일 제16차 교섭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7일 한국GM 역시 제18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정기 상여금을 임금에 포함한다는 안을 노조에 제시한 바 있다.

한국GM은 이미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쟁으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생산 손실이나 물량 확보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하에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상황 다른 현대기아차·르노삼성, “사법부 판단 이후 결정”

4개 자동차 제작사 중 2곳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서 나머지 2곳도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한국GM과 쌍용차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상여금에 근무 일수 등 지급 조건을 두고 있다.

이를 근거로 회사 측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사측의 입장 차가 크다 보니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는 모두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고 결론을 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3월 5일 노조 조합원 23명이 대표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변론이 진행 중이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9월 법원의 판결을 본 후 다시 논의하자는 상황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의 부분 파업 당시 모습

이밖에 현대·기아차의 경우 한국GM과 쌍용차보다 특근과 잔업이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수당이 급격히 늘어 인건비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 8차례 진행된 본협상에서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보다 생산직 전환배치 인력에 대한 원직복구 요구, 조립 추가 인력 투입, 조립 아웃소싱 재배치 등을 핵심 사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올해 생산 기장급 역할 승급 대상자 300여명 중 90여명의 진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통상임금 범위 확대·하투(夏鬪)·원화 강세…3중고 車업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여름 파업, 환율 3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우선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의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10~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22일 노조의 주간·야간 2시간 부분파업으로 약 17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고 34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5일로 예정된 주야 각 4시간 부분 파업까지 고려하면 이번 주에만 100억 가까운 매출액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파업으로 닛산로그 북미수출 일정을 차질을 빚게 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악화했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올해 2분기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급락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실적 전망은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지난 10일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최근 3개월 새 7% 가까이 하향 조정됐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2328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6.54%, 기아차는 8726억원으로 10.1%가량 하향 조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