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생계형 자영업자 18만명이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빚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은 커녕 이자 갚기도 빠듯한 상황으로 전체 금융기관 대출자 평균 빚의 1.4배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은 절반 가량이 3년 이내 휴·폐업할 정도로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가계부채의 뇌관에 비유된다.

23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한 자영업자 18만명의 빚이 평균 9143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말 기준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연간 소득(1620만원·전국 2인 이상 기준·월 평균 135만원)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소득 1분위 상용근로자의 평균인 3422만원의 3배 가까이 많다. 전체 금융기관 대출자 1452만1000명의 평균 빚인 6683만원의 약 1.4배로 소득 4분위(상위 20~40% 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의 1인당 평균 빚(5705만원)보다도 3400만원 이상 많았다.

소득 1분위의 자산액이 평균 1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소득 1분위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 시 도산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작년에 저소득층 가계부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용역을 의뢰했다. 금융위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전에는 표본가구만 추출해 부채 및 자산 등을 파악해 왔다.

소득 1분위에 속한 금융권 대출자 수는 총 251만5000명, 대출잔액은 총 88조7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3525만원이다. 소득 1분위 대출자 수 비중은 전체 대출자(1452만1000명)의 17.3%, 대출잔액은 전체(970조5000억원)의 9.1%였다.

소득 1분위 가계대출을 연령별로 구분하면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했을 시기인 50대가 평균 610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대출자 수는 29만6000명(비중 11.8%)으로 연령별 최저였으나(20대65만7000명, 60대 62만8000명, 30대 56만7000명, 40대 36만7000명) 대출잔액은 18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20.4%를 차지했다. 50대에 이어 40대가 평균 5406만원으로 뒤를 따랐고 60대(3592만원), 30대(3340만원), 20대(1409만원) 순이었다.

소득 1분위 대출자의 평균 연체율은 1.14%로 전체 금융기관 이용자 연체율(1.22%)보다 다소 낮았다. 소득 1분위 연령별 가계대출 연체율은 20대가 1.37%로 가장 높았고 50대(1.2%), 30·40대(각각 1.14%), 60대(1.03%)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경쟁이 치열한 업종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상직 의원은 “서민경제가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은퇴를 앞둔 50대나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화할 수 있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할 게 아니라 소득 계층별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의 부족한 금융지식을 보완하고 자산 및 재무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생활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