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이 굴뚝 산업에서 친환경과 첨단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평가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다.

올 3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서 우샤오칭(吳曉靑)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차관)은 '스모그와의 일전(一戰)'을 선포했다. "2015년 말까지 2년간 2조5000억위안(약 435조원)을 친(親)환경 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올 한 해 동안에만 한국 정부 총예산(355조원)에 맞먹는 1조7000억위안(약 296조원)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신에너지차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미국 압테라가 만든 전기차를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문제 해결 차원에서 2020년까지 전기차를 500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친환경 사업과 함께 IT 등 첨단 산업도 중국 정부가 관심을 쏟는 분야다.

미세 먼지를 포함한 중국발(發) '스모그와의 전쟁'이 한국의 중국 진출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는 대도시의 초(超)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소형 석탄 보일러 5만대를 없애고 낡은 차량 600만대를 폐차키로 결정했다. 베이징시는 2017년까지 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고, 시내에 있는 굴뚝 사업장 1200개 곳을 폐쇄 또는 이전(移轉)시키기로 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도 이에 걸맞게 바뀌고 있다. 중국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한국의 중국 비즈니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차전지 등 친환경 사업에 韓 기업 러시

최근 한국 기업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전기차 산업이다. 이제 중국은 조만간 전 세계 '전기차 메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살인적인 스모그 원인으론 자동차 매연과 석탄 사용이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차전지(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산업,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보조금 정책 등을 써왔으나 모델·인프라 등의 부족으로 작년 판매량이 1만7642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취득세 10%를 감면하고 보조금을 한 대당 3만5000~6만위안(580만~1000만원)씩 지급한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2020년까지 전기차를 누적으로 500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또 주요 공항, 역사, 고속도로 등에 2017년까지 1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폭발적인 전기차 증가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월 시안에서 안칭환신(安慶環新)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6년간 5억달러를 공동으로 투자해 시안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LG화학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에 맞춰 지난 2일 난징(南京)시 정부와 포괄적 업무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난징시 산하 국유기업 2곳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내년 말까지 난징시에 연간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배터리 공급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단계별로 수억달러를 투자해 난징시를 중국 전기차 배터리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월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출범시켰다. 올 하반기까지 베이징에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 라인을 구축해 가동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 생산 규모를 연간 2만대로 늘려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키운다는 목표다.

◇첨단 산업 진출도 활발

중국 투자의 또 다른 변화는 굴뚝 산업에서 첨단 분야로의 전환이다. 삼성은 시안 반도체 공장에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70억달러(약 7조1673억원)를 투자했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의 단일 프로젝트 투자로도 최대 규모다. 시안 공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낸드플래시 반도체인 V낸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2006년에 중국 우시(無錫)에 D램 생산 공장을 만들면서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생산량의 50% 이상이 중국 우시 공장에서 생산된다. LG화학은 작년 6월과 올해 3월 난징 공장에 편광판 전 공정 라인을 증설했다. 편광판은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인 소재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산업 변화는 중요한 투자 전략 포인트"라며 "이 트렌드를 잘 읽어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