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계열사 A사가 B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B사는 C사, C사는 다시 A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를 일컫는다. 기업 집단 총수는 순환출자로 1% 안팎 지분으로도 전체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역사, 롯데닷컴, 롯데푸드, 롯데리아, 한국후지필름은 롯데건설 지분 4%(875억원)를 호텔롯데에 넘겼다. 대홍기획과 롯데리아는 롯데알미늄 지분 5.1%(328억원)를 롯데케미칼에, 롯데상사는 롯데리아 지분 0.9%를 롯데칠성음료에 72억원에 팔았다.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은 롯데상사 지분 12.7%(430억원)를 롯데쇼핑(023530)에 매각했다. 바이더웨이는 호텔롯데 지분 0.6%(431억원)를 부산롯데호텔에,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5%(371억원)를 롯데제과에 각각 넘겼다. 6개 롯데그룹 계열사가 하루 동안 2507억원의 자금을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사는 데 쓴 셈이다.

롯데그룹 측은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통해 지분구조 단순화에 나섰다”며 “복잡했던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를 상당 부분 간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사의 자금조달 목적, 매입사의 투자 목적도 있다”며 “앞으로도 단순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는 그동안 대기업집단 소유구조가 악화되지 않도록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의무 등으로 자발적 해소를 유도했다. 오는 25일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다. 한 자릿수 지분 가지고 그룹 전체 경영권을 행사하는 관행은 바로잡기 위해서다.

롯데는 대기업 가운데 순환출자구조가 가장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초 기준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수는 51개다. 2008년 이후 만들어진 순환출자 고리 수는 32개에 달했다.

롯데그룹 측은 그동안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합병, 경영상의 사유로 순환출자구조가 복잡하게 얽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후계 구도 정리를 위한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룹 측은 경영권 지분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