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동통신사들이 투자액은 줄이면서도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2년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도입됨에 따라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데이터 소비가 늘면서, 이통사들의 가입자당 매출(ARPU)은 급증했다. 하지만 소비자 몫은 없었다. 실제 3세대(3G) 시절 5만원대를 유지하던 무제한 요금제는 LTE가 들어오면서 두 배가량 더 비싸졌다.

22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3000만 시대의 위기와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투자액은 총 4조 58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SK텔레콤(017670)이 2조3170억원, KT(030200)가 1조2930억원, LG유플러스(032640)가 97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통3사의 설비투자액은 2012년 6조1590억원보다 25.6% 감소한 수치다. KT의 설비투자액이 가장 많이 감소해 전년대비 38.5% 줄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18.9%, 18.8% 감소했다. 이처럼 이통사들의 원가 구조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월 가계통신비 지출은 점차 늘고 있다. 2010년 13만8600원이던 월 가계통신비는 2012년 처음으로 15만원을 넘어섰다.

◆ 이통사, 투자는 줄고, 이익은 늘어

이통3사의 설비투자액이 감소한 것은 2012년 LTE망 구축을 위해 투자금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비스되고 있는 LTE-A, 광대역 LTE-A의 경우 세대를 바꾸는 풀체인지(완전변경) 기술이기보다는 LTE를 개량한 기술이다. 따라서 설비투자액 역시 2012년 최고점을 찍고 점차 주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통사의 투자액이 줄었지만, 소비자들의 요금은 낮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통화에서 데이터로 시장의 성질이 변화하는 LTE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이통사들의 가입자당 매출(ARPU)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ARPU는 기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통 3사의 2012년 1분기 평균 ARPU는 2만86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말에는 11.8% 증가한 3만2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통사들이 투자액은 줄이면서도 고가요금제 출시와 보조금 지급을 통한 가입유도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늘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50%의 점유율 차지하는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간 매출 16조6021억원, 영업이익 2조111억원, 순이익 1조6095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9%, 영업이익은 16.2% 각각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매출은 11조4503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말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5421억원으로 전년대비 327.7%나 올랐기 때문이다. 순이익도 279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은 대규모의 투자를 한 뒤 수익이 점차 높아지는 장치산업으로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며 “원가(투자액)가 줄면 요금인하는 당연한 얘기지만 이통사들은 결합상품 등으로 마치 요금을 낮추는 것처럼 착시를 주고 있고 지금이라도 기본료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단말기유통법 시행되면 이통사 수익 더 늘어날 가능성

일각에서는 올해 10월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따라 이통사의 수익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단말기 유통법에 따라 이통사는 장려금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사용하지 못한다. 간통법의 경우 법의 빠른 안착을 위해 위법시 행정처분(과태료 포함)의 수위를 높인 것은 물론, 이통사와 대리점까지 책임을 물기 때문에 이통사가 무리해서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이통사가 보조금을 적게 쓰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 비용으로 나가는 지출이 적다는 의미다. 이러한 모습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을 통해 이통사들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3~4월 진행된 이통3사의 영업정지 역시, 이통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이통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10월부터는 단통법 때문에 보조금 경쟁이 힘들어진다”며 “결과적으로 이통사의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영업정지를 무서워 해야 할 이통사들이 영업정지 기간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라며 “이는 마치 정부와 이통사 간에 담합으로 비칠 수 있으며,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요금인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