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왼쪽)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사옥.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적합업종 제도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제도를 방어하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기싸움이 바로 그 것.

최근 두 기관은 제도의 효과를 두고 서로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 전경련은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익이 적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나흘 뒤 중소기업연구원에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매출과 영업이익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반박했다.

두 기관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기적합업종 82개 품목의 지정 기간(3년)이 만료돼 올해 다시 지정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사업 철수나 확장 자제 등을 권고하는 적합업종제도에 또 다시 포함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전경련 vs 중기중앙회, 서로 다른 셈법

중기중앙회와 전경련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같은 모형을 썼다. 같은 연구 방법을 가지고도 결과가 엇갈린 이유는 표본 추출 방식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대상으로 한 표본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외부감사 대상법인이다. 외감법인은 자산총액이 100억원이 넘는 곳으로 제법 규모가 있는 업체들이다. 전경련은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야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경련은 외감법인 1067곳을 적합업종 표본 집단으로 뽑았다. 그 결과 ▲총자산성장률 ▲총고정자산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 등에서 적합업종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대표와 학계 관계자로 구성된 '중소기업적합업종 대책위원회'를 올해 4월 출범했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자산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적합업종 지정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현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기업을 걸러냈다. 이 가운데 해당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5% 이상일 경우,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여기에 한국기업데이터(KED)에 재무제표가 입력된 업체 1081곳을 뽑아냈다.

KED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공동 출자한 곳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소규모 기업 정보가 타 기업신용평가사보다 풍부한 편이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본부장은 “비외감기업 등 영세 규모 기업까지 표본에 포함했다”며 “소규모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적합업종제도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 훨씬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비교집단 기업 수, 중앙회가 7배 많아

두 기관 조사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차이점은 적합업종 기업과 비교한,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업의 숫자다. 전경련이 활용한 비교 기업 수는 655곳. 반면 중기중앙회는 5024곳으로 전경련보다 7배 이상 많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경련이 사용한 표본 수는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사용한 표본 수의 13% 수준”이라며 “결과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경련은 “표본 오차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라며 “표본 수가 많다고 정확한 연구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상호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기준 집단을 자산 총액 100억원 이상의 외감법인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비교 기업 역시 비슷한 규모로 하다보니 표본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대변하는 두 기관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적합업종 제도의 운영기관인 동반성장위원회는 별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두 기관이 표명한 입장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객관적인 외부 연구기관에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