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ㅣ문희경 옮김ㅣ어크로스ㅣ368쪽ㅣ1만6000원

경제학자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움직이는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분석해 이론을 도출하고 이를 일반화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연구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주체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괴짜 사회학자가 뉴욕지하경제를 탐사하다’라는 부제를 단 ‘플로팅 시티’는 기존 경제학 서적과 색다르다.

이책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가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사회의 음습한 곳을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한 내용을 분석한 내용을 다뤘다. 이책은 경제학 연구를 진행할 때 중요한 인자로 평가받는 표본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하경제 자체가 워낙 비밀리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저자가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일반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내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흑인 마약판매상, 젊은 엘리트 뉴요커, 중산층 백인 매춘부에서 변신한 브로커(포주), 히스패닉 매춘부, 불법 이민 브로커,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며 뉴욕 대학이 젊고 재능있는 영화인을 발굴하려는 백만장 상속자, 흑인 빈민층으로 태어나 청소년 범죄자에서 변신한 조각가, 저소득층 히스패닉계나 흑인 매춘부로부터 도움을 받는 퇴직 백인 남성 등을 관찰 대상으로 한다.

저자가 지하경제의 핵심이자 매개체를 섹스로 바라본 점도 독창적이다. 저자는 실제 “지극히 친밀한 행위이자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내밀하고 사적인 일로 여기도록 훈련받은 행위가 보이지 않는 실이 되어 뉴욕 사회 각계각층을 하나로 연결한다”고 판단했다.

벤카테시는 자신이 만난 포르노 가게 종업원, 포르노 제작자,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 남성, 그 둘을 연결하는 성매매 브로커 등 이들에게서 성(性)이라는 공통점을 찾았다.

포르노 제작하며 언젠가는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명문가의 상속자나,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평가하며 상류층을 고객으로 삼으려는 마약상, 부업으로 마담 노릇을 하는 부유한 금융업자의 딸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지하경제에서 섹스와 마약을 매개체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연구결과를 일반적인 경제학자처럼 수식으로 결론짓지는 않았지만 “결국 새로운 세계에서는 문화가 지배한다. 경계를 뛰어넘는 능력이 관건이다. 빈민도 당신(상류층)이나 나와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은 현장을 정리한 르포로서의 가치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벤카테시가 학자이고, 학자가 사회의 지도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독자가 그의 가치관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벤카테시는 지하경제, 특히 성매매에 대한 가치 판단에는 소극적이다. 계도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삐쩍 말라 쓰러진 아이와 이 아이를 노리는 독수리를 찍어 플리처상을 받았던 사진이 떠오른다. 이 작품은 사진을 찍는 것보다 어린이를 구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라는 논란에 시달렸다.

이 책의 저자도 지하경제의 핵심 축인 성매매가 왜 지하로 스며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벤카테시는 실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전)시장이 타임스퀘어 주변 정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 중 누구도 성매매라는 경제 동인을 빠트리면 경제를 지탱하던 수많은 사람이 생계를 위협받을 거라는 측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도시의 하층민들이 지하경제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회의 책임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학자로서의 성찰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