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財 북리뷰] x의 즐거움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ㅣ이충호 옮김ㅣ웅진지식하우스ㅣ360쪽ㅣ1만5000원

스티븐 스트로가츠. 코넬대학의 응용수학과 교수다. 응용수학이라는 이름은, 가뜩이나 어려운 수학을 더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는 어려운 수학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수학을 쉽게 설명하고자 도전한다. 이 책은 스트로가츠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칼럼을 옮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미국수학협회가 수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오일러 도서상이란 상을 내린 책이다.

"쉽게 쓰여졌다", "일반인들도 수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라는 찬사와 달리, 솔직히(?) 6페이지쯤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스트로가츠 교수가 학부 수준의 미분방정식 지식만으로 레이저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부분인데(추천사를 쓴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가 전한 내용이다), 이때쯤부터 다소의 전문 지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스트로가츠 교수가 응용수학을 비롯한 과학 지식과 일상 생활을 연결짓는 능력이 풍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수'에서부터 음수와 양수, 소수, 복소수, 근의 공식, 기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 미적분학, 벡터미적분학, 구면기하학, 미분기하학, 해석학 등을 일생상활과 연결해 설명하는데, 상당수는 배운적이 없는 내용(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라 '과연 이 책을 읽고 일반인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군데 군데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통계, 그리고 구글의 성공이 응용수학 덕분이라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스트로가츠 교수 또한 통계학은 거대한 거짓말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듯 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감세를 주장하며 "가구당 평균 1586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0.1%의 자산가에게 수십만달러의 혜택이 돌아갔다는 것이 스트로가츠 교수의 주장이다. 그리고 1987년 10월 19일의 블랙먼데이와 관련, "통계학적으로 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일어났다"며 통계의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스트로가츠 교수는 수를 무척 사랑한다. 숫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6마리의 생선을 살 때 '생선, 생선, 생선, 생선, 생선, 생선'이라고 외쳐야 했을 것이란 게 교수의 얘기다. 요즘처럼 무한에 가까운 수를 사용해야 하는 시대에는 엄청난 비극이 됐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독자나, 수학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만족감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책에는 이런 일화도 소개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정에서 스트로가츠 교수가 한 영화배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그 주변을 계속 맴돌았고, 스트로가츠 교수는 '영화배우의 팬인가보다'하며 그를 불렀다. 하지만 학생은 "교수님이 '비선형역학과 카오스'를 쓰셨죠?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라고 했다. MIT에서는 영화배우보다 인기 스타가 스트로가츠 교수라는 얘기인데, 실제로도 이 책은 수학과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추천사를 쓴 김민형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지식은 높은 편이지만, 성인은 OECD 평균에 그친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학창 시절에 '수학을 좀 했던' 중장년층도 도전해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