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 화물열차들이 서있는 모습.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경영 개선을 위해 폐지하기로 한 47개 화물역 내역이 공개됐다.

16일 코레일연구원이 작성한 ‘화물취급역 기능조정에 따른 물동량 변화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 물류개발처는 127개의 화물역 가운데 47개를 효율화역(폐지역)으로 선정했다.

코레일이 폐지를 결정한 47개 화물역은 연간 물류취급량이 10만톤 미만인 소규모 화물역들이다. 코레일연구원은 “연간 물류취급량이 10만톤 미만인 소규모 화물역이 지나치게 많아 인력, 열차운영 등의 비효율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소규모 화물역 가운데 30㎞ 인근에 대규모 화물역이 있는 경우에는 대규모 화물역으로 화물 물량을 통합하고, 대규모 화물역이 없더라도 사일로 같은 기존 시설물이 있는 경우에는 소규모 화물역이라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예외사항에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 화물역들은 모두 폐지된다.

폐지되는 대표적인 화물역으로는 장항선 간치역, 경부선 김천역, 경춘선 마석역, 경부선 밀양역 등이 있다. 김천역은 무연탄 수송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화물역 폐지가 결정됐고, 마석역도 화물수송량 부족과 포대시멘트 수송 중단 등이 겹치면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코레일이 폐지역으로 결정한 일부 역에 대해 코레일 지역본부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중앙선 원주역의 경우 코레일 본사는 유류 취급을 인근 만종역으로 옮기고 원주역의 화물역 기능은 폐지해야 한다는 밝혔지만, 코레일 강원지역본부는 공군부대와 연결된 전용 송유관이 원주역에 매설돼 있어 만종역으로 화물역 기능을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처리물동량 규모에 따른 화물역 구분.

코레일은 2005년부터 꾸준히 화물역을 축소하고 있다. 코레일 화물역은 2005년에 265개에서 2007년 214개, 2009년 162개, 2011년 134개, 2013년 127개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코레일이 화물역 구조조정을 쉴새없이 진행하는 것은 화물운송사업이 전혀 돈이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코레일 물류분야 영업계수는 180에 이른다. 물류분야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비용이 1.8배 많다는 의미다. 화물을 수송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코레일로서는 화물역을 폐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돈이 되지 않은 소규모 화물 수송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코레일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폐지하는 화물역 47개의 화물 수송을 다른 화물역으로 모두 이전할 경우 영업수지 개선 효과가 389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지하는 화물역의 화물 수송을 다른 화물역으로 아예 이전하지 않을 경우 영업수지 개선 효과는 613억원이었다. 화물수송을 적게 할수록 코레일로서는 손해를 더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코레일이 화물역 폐지를 통해 화물수송을 줄이면서 관련업계와 서민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코레일이 폐지를 결정한 47개 화물역 중 일부는 이미 유연탄 수송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전남과 강원도 등에서 생산된 무연탄을 전국으로 수송해왔는데, 최근 화물역 7개에 대한 무연탄 수송을 중단했다. 천원역, 김천역, 나원역, 의성역, 우암역 등이 무연탄 수송이 중단된 곳이다. 무연탄 수송이 중단된 역 인근의 석탄업체들은 당장 비용이 철도의 3배에 이르는 화물차를 이용해 무연탄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무연탄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연탄가격이 오르거나 아예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연탄생산업체 대표는 “어차피 화물차를 이용해서는 연탄생산에 필요한 무연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철도 운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연탄은 서민 생활에 필수품인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자기 살길만 찾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