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취임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확장적 거시정책 ▲부동산 시장 활성화 ▲가계소득 증대 등 세가지를 축으로 강도높은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편성되지 않는 대신 기금 정책자금 등 다양한 재정보강책이 동원된다. 내년까지 30조원 이상의 재정보강 금융지원책이 준비되고 있다. 내년 예산도 당초 계획보다 확장적으로 편성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택 금융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모두 완화된다. LTV는 70%, DTI는 60%로 일괄 완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소득이 투자 배당 임금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가 체감경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들이 추진된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살리는데 집중하겠다는 최 부총리의 방침에 공감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우리 경제 구조적 문제 심각"…'축소 균형' 공식 언급

이날 취임사를 보면, 최 부총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로 이어지면서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위축되는 '축소 균형'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런 현상들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기간동안 보여왔던 그런 패턴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저물가와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지만 최 부총리는 저성장과 함께 축소 균형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투자와 부채'의 주체여야 할 기업이 '저축'의 주체가 되고 '저축'의 주체여야 할 가계가 '부채'의 주체가 돼버린 것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2001년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를 크게 앞질렀고 2008년부터는 실질임금이 정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임금 없는 성장'과 함께 '기업저축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최 부총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노동 유연성 확대'라는 고용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임금근로자 1800만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만명이 비정규직이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행복시대'를 얘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 확대'가 너무 지나쳐서 정규직-비정규직간 불합리한 격차, 가계소득 부진 등 부작용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구조적 변화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최 부총리의 진단이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가계소득이 다시 기업의 투자기회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런 선순환적 구조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최경환號, 세바퀴로 간다…확장적 거시정책-부동산 활성화-가계소득 증대

최 부총리는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축소 균형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는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을 지속하고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상화를 추진하며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흘러가게 하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대신 기금 등 재정보강과 정책금융 지원을 내년까지 30조원 이상 규모로 추진할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현재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 추경을 편성하면 결국 연말 가까이 되어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추경은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정보강과 정책금융 지원방안으로는 올 하반기에 국민주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여유자금이 많은 기금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10조원 이상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세입 감경을 뺀 경기 부양용 추경 규모(5조3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규모를 20조원 정도 확대하고 안전설비투자펀드, 중소기업설비투자펀드 등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로 정부의 확장적인 거시정책에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와 함께 현재 총 12조원이 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을 2조~3조원 가량 확대할 방침이다. 이 대출은 0.5~1%의 저금리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자금 지원 용도로 공급된다.

LTV와 DTI 등 부동산 규제는 업권별, 지역별 차등을 없애고 일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업권별로 50~70%가 적용되는 LTV는 70%로 일괄 조정될 예정이다. 수도권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DTI는 현재 서울이 집값에 따라 50~55%, 인천·경기 지역이 60~65%인데 서울의 DTI가 인천·경기 지역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소득 확대 방안은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 소득이 투자, 임금, 배당 등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과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너무 단기정책에 치중, 장기 성장전략도 고민해야"…가계부채 우려도 여전

최 부총리가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신명나게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은 정책 방향을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이 큰 틀에서는 동의하면서도 장기 성장전략이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재정 확대, 부동산 완화 등 단기적인 것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인력이나 재정 여력으로 보면 자원의 한계가 있는데 이런 사회적 논의가 단기적인 것으로 치우치다 보면 중장기적인 이슈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 개선 작업은 국제금융시장 등 외부 충격에 경제가 흔들릴 때는 하기 어렵다"며 "외부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가 추진하기 좋은데 너무 단기적 이슈에만 머무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유보금 문제에 대해 "인센티브는 좋지만 과세 등 패널티는 기업이 경영 판단으로 하는 건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며 "인센티브로만 하면 구체성이 떨어지니까 유보금 과세 등으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겠지만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 금융규제인 LTV와 DTI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구입 목적 뿐만 아니라 생활비 충당 등 다른 목적에 따른 수요도 적지 않다. 신민영 부문장도 "LTV, DTI를 완화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겠다"고 말했다.

7월16일 기자간담회 주요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