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 BMW 그룹과 수조원대 규모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에 합의했다. 두 회사는 14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와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BMW 그룹은 현재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 중인 전기차 모델은 물론이고 향후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차(내연 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쓰는 차량) 등 신형 차량에도 이 회사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정확한 액수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총 공급 규모는 수조원대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클라우스 드래거(왼쪽) BMW그룹 구매 총괄 사장과 박상진 삼성SDI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주고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삼성SDI는 작년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된 BMW의 준중형 해치백 전기차 'i3'의 배터리를 독점 공급했고, 올가을 출시 예정인 전기 스포츠카 'i8'의 배터리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클라우스 드래거(Draeger) BM W 구매 총괄 사장은 "배터리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우리가 삼성SDI를 공급 업체로 선정한 것은 미래 지향적 배터리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상용 기술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배터리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BMW 전기차 i3는 올 상반기에 5396대가 판매됐다. 5월에는 미국 내 판매량이 1158대를 기록해 처음으로 월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섰다. i3는 하반기 한국 등 여러 국가에 출시를 앞두고 있어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3가 올해 예상 판매량 3만대를 달성하면 삼성SDI의 배터리 매출은 2000억원 이상이 된다. BMW 납품 물량만으로 지난해 배터리 매출 1000억원의 2배 이상을 올리는 셈이다.

삼성SDI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차세대 자동차용 배터리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 자동차와도 공급 계약을 코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BMW의 새로운 자동차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미래 기술과 양산 능력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