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2년 첫 모바일 기기를 내놨다. 이름은 ‘포켓PC’였다. 이름대로 PC용 윈도 운영체제(OS)를 작은 기기에 담았다. PC가 핵심이라는 가치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7년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역할이 뒤바뀌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의 등장으로 PC 산업이 저물기 시작했다. 지난해 PC 판매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구글과 애플은 내리막을 걷고 있는 PC시장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새 전략을 내놨다. PC 이용환경을 스마트폰과 같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지난달 열린 두 회사의 개발자 대회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사 PC 운영체제(OS)인 맥OS에 ‘연속성(continuity)’라는 기능을 담았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스마트폰 기능을 PC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아이폰에 걸려온 전화를 맥으로 받거나 거는 일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아이폰에서 쓰기 시작한 이메일을 맥으로 연동해 마무리할 수도 있다. 포켓PC 아이디어의 정반대인 셈이다.

애플 맥에서 아이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 모습.

구글도 지난달 연 개발자대회(I/O)에서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PC와 모바일 통합 체재를 갖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PC용 OS인 크롬과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구글의 크롬 OS를 사용하는 노트북인 크롬북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통와와 문자 메시지를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기능뿐만 아니라 OS의 디자인도 모바일 환경과 비슷하게 꾸몄다. 아이콘부터 ‘알림’ 표시까지 스마트폰에서 보던 형식이 그대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미 이런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PC 출하량 감소폭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크롬북과 같은 ‘울트라모바일’ 기기가 포함된 올해 PC 출하량 감소폭 예상치는 2.9%다. 지난해 9.5%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IT전문매체 리코드는 “스마트폰 OS의 최강자인 두 회사가 이런 전략을 내놓은 것은 이용자들을 자신들의 ‘생태계’에 가두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PC부터 모바일 기기까지 자사 제품만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모바일과 PC의 통합 과정에 극복해야할 장애물도 있다. 통합과정이 성급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리코드는 빠른 통합으로 참패를 맛 본 기업으로 MS를 꼽았다. MS는 모바일의 터치 환경을 접목한 PC용 OS인 윈도8을 내놓았고, 소비자에게 외면 당했다. MS의 모바일 OS인 윈도폰이 익숙치 않았던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꼈다. 게다가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이 더 간편한 앱을 터치 환경으로 내놓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결국 MS는 모바일 환경을 제외할 수 있도록 OS를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