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센트럴역에 설치된 화웨이 옥외 광고. 어센드 P7은 화웨이가 올해 2월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이다.

화웨이(華爲)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로 꼽힌다. 2013년 기준 스웨덴의 에릭슨(Erickson)과 1위를 다투고 있다. 화웨이는 본래 이동통신 설비(기지국·라우터 등)를 주로 생산하는 회사였지만,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외에도 중고급형 태블릿도 내놓는다. 올해 2월 MWC에서는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톡밴드(talk band)'를 내놓기도 했다.

화웨이는 1987년 세워졌다. 경쟁사인 에릭슨과 알카텔 루슨트가 각각 1876년, 1898년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출발은 100년 가까이 뒤졌다. 그러나 화웨이는 최근 10년 사이 대량 생산·저렴한 가격과 수많은 특허권을 무기로 경쟁사들을 빠르게 밀어냈다.

화웨이의 공세에 캐나다를 대표하는 100년 역사의 통신장비 회사 노텔은 지난 2009년 파산했다. 화웨이가 유럽과 북미의 3G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하자 에릭슨과 알카텔 루슨트도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내줬다.

"가족 승계·상장 없다"…반대로 가는 기업문화

30여년 전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중국 업체가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한 비결은 단지 저가전략 뿐일까.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한다.

상장을 마냥 미루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창립 이후 26년간 꾸준히 덩치가 불어나는 중이다. 하지만 여태 어느 나라 증시에도 상장하지 않은 상태다. 창업주이자 회장 런정페이(任正非)는 "단기적인 경제 마술(魔術)에 반대하고, 10년 단위로 미래를 설계하기 때문에 상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화웨이가 상장하지 않으면 세계를 호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상장할 계획도 없어 보인다. 런 회장은 지난해 4월 뉴욕에서 열린 미국 최고 경·재계 인사 10인과 오찬 중 '상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돼지가 살이 잔뜩 찌면 먹을 것을 달라고 꿀꿀거리지 않습니다. IT 기업의 원동력은 인재입니다. 회사가 너무 일찍 상장하면 하룻밤 새 백만장자를 여럿 배출하게 되죠. 그런 뒤에도 이들은 변함없이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려 들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한꺼번에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되면 게을러지게 될 테니 회사에 좋지 않고 개인 성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직원 7만명이 늑대처럼 경쟁…성과에 따라 지분 나눠 가져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회장

화웨이는 상장은 하지 않지만, 이 주식을 직원들에게는 아낌없이 나눠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런 회장이 가진 화웨이 지분은 지난해 기준 1.42% 수준. 화웨이의 2대 주주는 런 회장과 공회(工會·노조)다. 런 회장의 1.4%를 뺀 나머지 지분은 공회 직원 8만여명이 조금씩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을 임의로 나눠갖진 않는다. ‘화웨이 기본법’ 제정에 참여했던 우춘보(吳春波) 런민대학교 인력자원 연구소장은 “화웨이에서 지분 분할은 오히려 해적이 약탈한 전리품을 나누는 치열한 생존 싸움에 가깝다”고 말한다. 해적 선장이 온갖 금은보화를 약탈한 뒤, 가장 많은 보물을 약탈한 자에게 가장 많은 전리품을 나눠 주는 식으로 주식을 나눈다는 뜻이다. ‘가장 열심히 일한 자에게 가장 많은 것이 돌아간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런 기업 문화는 화웨이의 늑대 문화로도 이어진다. 런 회장은 창업 이후 수차례 가족 승계나 연공서열에 따른 임원 승진은 없다고 선언해왔다. 이른바 ‘늑대론’이다.

“늑대의 생존 발전에 부응하는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 승부욕이 강한 공격형 확장형 임원을 유치하고 대거 양성해야 합니다. 그들은 늑대처럼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플레이에 능합니다.”

그는 지난해 4월 뉴질랜드에서 인터뷰에서 런정페이는 "가족에게 화웨이를 승계할 생각이 전혀 없고, IPO(기업 공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매스컴을 기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언론이 내미는 '빨간구두'를 신으면 겉모습은 나아질지 모르지만, 한 번 신고 나면 죽을 때까지 제 의지로 벗을 수 없다"며 항상 호의적인 언론 보도를 경계하라고 주장한다.